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가 탄력적 선대 운영으로 실적에서 순항하고 있다.
다만 모기업인 하림그룹과 시너지를 내려고 했던 곡물사업은 최근 4년간 이익을 내지 못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21일 팬오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안중호 대표는 장기 화물운송계약과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을 병행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안 대표가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을 운용하는 까닭은 화주가 급하게 물량운송을 요구하는 만큼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의 운임이 높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런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려워진 벌크선시황 속에서도 수익을 냈다.
벌크선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2019년 2분기 995포인트에서 2020년 2분기 783포인트를 나타내며 21.3% 가량 떨어졌지만 팬오션은 2020년 2분기 벌크부문에서 영업이익 440억 원을 냈다.
해운업계에서는 팬오션의 올해 2분기 벌크부문 영업이익이 2019년 2분기보다 4.5% 줄었지만 발틱운임지수의 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3분기 벌크선시황은 팬오션에게 유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항만의 철광석 재고가 낮은 수준인데다가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팬오션의 주력분야인 드라이 벌크(건화물)선부문이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안 대표는 그동안 비주력 사업으로 여겨왔던 컨테이너선부문과 석유화학제품을 실어 나르는 탱커선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여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컨테이너선부문은 동남아시아 항로의 선복(배에 짐을 싣는 용량)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해 수익성을 개선했고 탱커선 부문은 기존 고객을 향한 서비스 강화와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내실을 다졌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하락하면서 운항원가가 줄어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컨테이너선부문은 2020년 2분기 영업이익 82억 원을 거뒀고 탱커선부문은 영업이익 101억 원을 냈다. 2019년 2분기보다 컨테이너선부문의 영업이익은 127%, 탱커선 부문의 영업이익은 1920% 늘었다.
팬오션은 2020년 2분기 매출 6834억 원, 영업이익 643억 원을 거뒀다. 2019년 2분기보다 매출은 8.1%, 영업이익은 27.3% 늘었다. 팬오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하림그룹에 편입된 이후 가장 좋은 실적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안 대표가 가야 할 길은 멀다. 팬오션은 모기업인 하림그룹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2015년부터 꾸려온 곡물사업에서 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곡물사업은 2016년 영업손실 14억 원, 2017년 영업손실 25억 원, 2018년 영업손실 7억 원, 2019년 영업손실 28억 원을 내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 대표는 곡물사업의 흑자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팬오션 미국 법인을 통해 미국 곡물터미널 운영사 ETG 지분을 36.25% 인수하는 것을 확정하고 마무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 대표는 ETG 지분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국제 곡물유통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메이저(곡물을 수출입하는 세계적 상사)와 관계 강화를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팬오션 관계자는 “아직까지 곡물사업의 미래를 단언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ETG 지분 인수를 계기로 곡물운송 영업력을 강화하고 그룹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