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이 미리 녹화한 방송을 인터넷TV와 모바일 채널 등을 통해 송출해 상품을 판매하는 ‘T커머스’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KT의 T커머스사업 자회사 KTH와 SK텔레콤의 자회사 SK스토아는 '비대면쇼핑'시대로 변화의 바람을 타고 실적 증가세를 지속하며 이동통신사 커머스부문의 알짜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 이필재 KTH 대표이사 사장(왼쪽), 윤석암 SK스토아 대표이사.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T커머스시장은 TV홈쇼핑을 앞지르는 성장률을 보여주며 미디어커머스 영역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KT가 자회사 KTH에서 ‘K쇼핑’을 통해 2012년 처음 T커머스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TV홈쇼핑의 ‘아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TV홈쇼핑의 주요 고객층인 40~50대 사이에서도 모바일 중심의 생활이 보편화되고 있는 데다 스마트TV 보급률 증가, TV리모컨의 진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의 활성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 등에 힘입어 2030 젊은 세대들을 고객으로 유입하고 있다.
T커머스사업자들은 코로나19 확산 뒤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등장한 라이브커머스시장에도 발을 뻗고 있어 앞으로 미디어커머스부문에서 더욱 세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라이브커머스는 주로 모바일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전통적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사 등도 새로운 유통채널로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취급고 기준 국내 T커머스시장 규모는 2020년 5조4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만 해도 T커머스시장 규모가 9980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T커머스는 채널 수에서도 TV홈쇼핑을 넘어섰다. 현재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하는 국내 사업자는 10개로 TV홈쇼핑 채널 수 7개보다 많다. 기존 TV홈쇼핑 사업자들도 T커머스 채널을 개설하는 판국이다.
KT와 SK텔레콤은 일찌감치 T커머스사업에 발을 들여 투자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커머스부문은 이동통신사들의 비통신사업에서 대표적 영역인데 T커머스부문의 좋은 실적이 커머스사업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KTH는 2012년 인터넷TV 보급이 늘어나자 기존 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CT)플랫폼 사업에 T커머스사업을 추가해 커머스영역을 주력사업으로 키워왔다.
KTH는 ‘K쇼핑’에 투자를 지속하며 2020년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T커머스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64.2%까지로 늘렸다.
K쇼핑은 2018년까지 영업손실을 내왔지만 2019년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뒤 지속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며 KTH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해왔다.
KTH는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T커머스사업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96%, 120.5% 급증했다. 1분기와 2분기 T커머스 매출도 각각 31.6%, 19.9% 늘어났다.
K쇼핑은 최근 KT 자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과 협업해 K쇼핑 모바일 라이브에서 ‘팔이피플’과 협업방송을 진행하는 등 라이브커머스에도 손을 뻗고 있다.
SK텔레콤의 T커머스 자회사 SK스토아도 승승장구하며 커머스사업부문에서 실적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비통신사업 역량 강화를 내걸고 커머스, 미디어, 보안 등 부분의 자회사들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 가운데 커머스부문은 오픈마켓인 11번가와 SK스토아가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T커머스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SK스토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11번가는 최근 매출이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SK스토아는 매출이 꾸준히 늘어왔다. SK스토아 2020년 2분기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하면 34.5% 증가했고 2분기 거래액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4% 급증했다.
SK스토아는 올해 하반기 SBS의 스튜디오S와 제휴해 미디어커머스에 더욱 힘을 실으면서 4분기 라이브커머스 채널도 시작할 계획을 세워뒀다.
SK스토아는 2015년 SK브로드밴드에서 ‘B쇼핑’으로 론칭된 뒤 2017년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도 최근 방송채널사업(PP)에 진출하면서 T커머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비대면쇼핑이 새로운 소비행태로 자리잡으면서 일방적 방송인 TV홈쇼핑보다 모바일 등을 바탕으로 쌍방향 방송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T커머스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