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0-08-11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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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가 금융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대표는 금융업계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금융서비스를 준비해왔는데 이를 놓고 네이버파이낸셜 금융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업계에서 나오고 있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보험회사들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준비하는 보험 관련 금융서비스 참여 논의를 중단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온라인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서비스를 준비하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다만 삼성화재는 처음부터 불참의사를 밝혔고 논의 과정에서 현대해상을 제외한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도 참여를 중단했다.
자동차보험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4대 손해보험사 가운데 현대해상만 남아 사실상 보험료 비교서비스 출시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서비스와 관련해 보험사와 기술적 제휴를 협의하는 수준이었다"며 "올해 안에 출시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보험금융서비스 참여 논의가 중단된 것을 놓고 기존 금융권이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해 품고 있는 금융 플랫폼 종속 우려가 직접적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은행과 신용카드업계에서도 네이버파이낸셜이 통장과 대출, 후불결제 등 금융서비스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앞서 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업 진출방향을 놓고 직접진출이 아닌 제휴를 통한 중개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이를 놓고 네이버파이낸셜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우회진출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플랫폼기업이라도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면 관련 금융업법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금융사와 제휴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기존 금융업법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법상 지급결제사업자로만 등록돼 있다. 제휴사 없이는 금융업에 진출할 수 없다.
네이버파이낸셜은 6월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제휴를 통해 통장을 출시했다.
이에 더해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를 통해 올해 안에 대출서비스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네이버가 보유한 쇼핑데이터를 활용해 중소상공인(SME)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기존 금융권보다 더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금융권 진출에서 규제는 덜 받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플랫폼기업인 카카오도 금융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직접 진출을 택하고 있어 기존 금융권의 반발이 네이버파이낸셜만큼 거세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는 직접 2017년 카카오뱅크를 설립해 은행업에 진출하고 2020년에는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증권업 라이선스(허가)를 취득해 증권업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페이를 통한 보험업 진출을 놓고도 직접 디지털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을 향한 기존 금융권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서 관련 규제를 유심히 들여다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7월23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은성수 금융위워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네이버 등 빅테크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9일 빅테크와 핀테크, 금융업 공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이르면 8월 말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협의체는 금융권·빅테크·핀테크 사이에 공정 경쟁과 시스템 리스크, 소비자 보호, 금융보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규제 차익과 형평성 문제 우려도 나오는 만큼 사례를 점검해 필요하면 개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최 대표는 7월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제휴를 통해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이 맞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선보이려는 서비스는 제휴형태에 적합하다"며 "고객과 금융사 사이에 더 좋은 조건과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