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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간 4차전 경기에서 NC 투수 이민호가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
올해 프로야구가 개막될 때만 해도 NC다이노스의 ‘비상’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NC다이노스는 4월까지 꼴찌권에 머물다 5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해 삼성라이온즈와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친 끝에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NC다이노스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1군 진입 3시즌 만에 ‘값진 수확’을 거뒀다.
◆ NC다이노스 특유의 데이터 야구 ‘활짝’
30일 업계에 따르면 NC다이노스가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엔씨소프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에 대한 ‘특별한 지원’과 ‘독특한 기업문화’가 밑바탕이 됐다.
한 야구계 인사는 “NC다이노스는 김 대표의 결정으로 2013년부터 1군 선수 전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IT를 바탕으로 한 NC만의 독자적인 ‘데이터 야구’가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C다이노스 선수들의 아이패드에는 NC소프트가 3개월 동안 자체 개발한 ‘D-라커’라는 전략 분석 프로그램이 깔려져 있다. 이 프로그램 하나만 있으면 선수들은 상대팀 선수의 장ㆍ단점은 물론이고 최근 경기성적 등 모든 데이터를 바로 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NC다이노스 선수들에게는 별도의 전력분석관이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NC다이노스는 홈구장인 경남 창원시 마산구장 내 라커룸과 코치실, 선수단 미팅공간 등에도 무선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손쉽게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올해 20홈런과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이호준이나 최고령 11승을 달성한 손민한 등은 NC다이노스 특유의 ‘데이터 야구’가 일궈낸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NC다이노스는 선수단에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 많은 인력과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대어급’선수를 스카우트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사이클링 히트 2회,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40-40클럽’ 가입 등 활약을 펼친 에릭 테임즈와 다승 1위(19승)에 빛나는 에릭 해커 등이 모두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건져낸 ‘보석’들이다.
◆ NC다이노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
학급마다 급훈이 있고 회사마다 사훈이 있다. NC다이노스의 ‘구단훈’은 여느 일반적인 구단과 달리 ‘정의ㆍ명예ㆍ존중’이다. 올해 내건 슬로건은 ‘좋은 사람들의 야구’와 ‘거침없이 가자’다.
승리가 제 1의 지상과제인 프로스포츠 구단의 슬로건 치고는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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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NC다이노스는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평범하지 않다. 사장이든 단장이든 선수를 부를 때 ‘OOO 선수’라고 칭한다.
2013년 투수 이재학 선수가 팀 창단 첫 완봉승을 기록했을 때 한참 선배인 포수 김태군 선수가 마운드로 올라가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인사하는 장면은 지금도 NC팬들의 뇌리에 인상깊게 남아 있다.
얼싸안고 악수하는 세리머니가 아니라 첫 완봉승을 올린 선수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담은 절제된 모습이었다.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 특유의 수평적이고 권위적 문화도 NC다이노스의 빠른 안착에 기여했다.
김택진 대표는 올해 마산구장만 3차례 이상 찾았는데 구단주 자격으로 선수단과 직원을 따로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야구단 운영을 놓고 이태일 NC다이노스 대표, 배석현 단장 등과 격의없이 치열하게 토론을 펼친다.
NC다이노스는 지난해 가을 야구를 마치고 받은 배당금 2억9천만 원을 선수단뿐 아니라 야구장 관리인, 청소 아주머니 등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보너스 형식으로 나눠줬다.
한 야구계 인사는 “비록 액수는 많지 않았을지라도 함께 나눔으로써 NC다이노스 구단과 한 가족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며 “NC다이노스가 올해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팬들이 감동하고 환호하는 이유는 이런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