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코로나19에 따른 부담을 무릅쓰고 체코 현지에서 원전 수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감사원의 경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감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탈원전 반대단체로부터 무리하게 원전사업을 축소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데 체코 원전 수주를 통해 원전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한수원에 따르면 정 사장은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출입국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12월부터 시작될 체코 원전 입찰에 대비해 직접 현지로 나가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자칫하면 자가격리 등으로 장기간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데도 체코 원전 수주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참여하려는 체코 원전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1200MW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가 8조 원에 이른다.
정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체코의 신규 원전 추진일정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애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어서 현지 방문이 불가피하다"며 "현지 사정을 고려해 가장 효과적 방문시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사실상 국내에서 원전을 추가로 짓지 못하게 되자 해외에서 한수원의 활로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
게다가 최근 감사원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 사장은 탈원전 반대단체의 공격을 받고 있어 원전 수주로 성과를 보이는 일이 절실해졌다.
정 사장은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한 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계획 보류 등을 결정해 한수원의 설립 목적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 왔다.
탈원전 반대 단체들은 정 사장이 2018년 한수원 사장 공모에 지원할 당시부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원전사업을 축소하고자 했던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 사장이 체코 원전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난 여론을 일정 부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사장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국내에서는 정말 여러 가지 번외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누군가는 소를 키우고 수출도 하면서 우리 원전산업과 전체 전력업계의 생태계를 살리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한국형 원전 ‘APR1000’으로 체코 원전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APR1000의 기술적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받기 위해 유럽 공통의 신형원전 설계표준요건인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한수원은 원전 수주 성공사례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등을 앞세워 체코 주요 인사들을 설득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2018년 준공된 아랍에미리트 최초의 원전으로 한수원이 원전 건설과 시운전, 운영 등에 필요한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정 사장은 2018년부터 여러 차례 체코를 방문해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사장은 2018년 체코를 세 차례나 방문해 현지 건설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체코 산업부 장관과 체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 경영진을 만나는 등 원전 수주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12월에 체코 정부가 입찰안내서를 발급하면 한수원은 6개월 안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며 “전담팀을 꾸려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