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8기가헤르츠 대역 5G통신망에도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까?
기존 LTE는 물론 3.5기가헤르츠 5G기지국과 호환성이나 비용의 효율성 등 사업적 면만 고려한다면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격화하면서 화웨이 장비 도입이 정치·외교적 문제로 치닫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 LG유플러스 로고.
24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하반기부터 28기가헤르츠 상용화를 위한 기지국 설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5G는 3.5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과 28기가헤르츠 대역을 통해 서비스하는데 28기가헤르츠는 초고주파 대역으로 3.5기가헤르츠 주파수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5G의 특성인 초고속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인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디지털뉴딜정책 등에 발맞춰 2022년까지 5G인프라 구축에 수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벌써부터 5G기지국장비 발주 문제와 관련해 미국정부로부터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연일 직접적으로 LG유플러스를 거론하며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인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 부회장으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5G기지국의 장비는 기존 기지국과 네트워크 연동 등 기술적 부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이라 대외적 상황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LG유플러스가 앞으로 구축할 5G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다면 지금까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구축한 LTE, 5G기지국과 호환성에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뿐 아니라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기업들로부터 기지국 장비를 공급받고 있지만 LTE 때부터 화웨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2013년 LTE기지국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뒤 5G인프라를 구축할 때도 서울, 수도권지역 등의 5G기지국 9만여 곳에 화웨이 장비를 썼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단독모드(SA) 상용화 등 완전한 5G네트워크가 구현되기까지는 아직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LTE 때도 몇 년 동안은 3G와 연동해서 서비스했고 5G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 역시 큰 부담이다.
하 부회장이 5G통신망을 처음 구축할 때 보안문제와 관련된 각종 논란과 반발에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밀고 나간 데에는 ‘가격’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하 부회장은 2018년 12월19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5G장비 공급기업으로 화웨이를 선정한 것을 두고 질문을 받자 “장비 공급기업 선정은 중요한 과정”이라며 “기술 경쟁력, 장비 품질, 가격 등을 종합해서 선정한다”고 말했다.
화웨이 5G장비는 비슷한 품질의 다른 통신장비기업 상품보다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뛰어난 것이다.
실제 LG유플러스가 2019년 5G부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도 실적에 선방한 것도 화웨이 장비 등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9년 5G 상용화 뒤 LG유플러스 기업 분석보고서에서 “화웨이 주장대로 5G장비 공급에 문제가 없고 기술 중심의 발전이 이뤄진다면 6G까지 이어질 장기적 관점에서 LG유플러스는 투자비 절감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사업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하 부회장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두고 점점 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장비 사용에 따른 위험부담이 LG유플러스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 부회장이 LG유플러스 LTE기지국에 이어 5G기지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겠다고 처음 결정했을 때는 중국 정부로 정보 유출 가능성 등 보안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큰 산이었다.
하 부회장은 이에 따라 2018년 국정감사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화웨이로부터 기지국 소스코드와 각종 기술자료를 제공받고 장비 공급망까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보안 우려 불식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에도 화웨이 기지국 장비가 네트워크 장비 보안 검증과 관련해 가장 높은 수준인 ‘CC인증’을 받았고 기지국 운영에서도 국제 표준 정보보호관리체계 관련 인증을 획득해 안정성을 입증했다며 보안은 문제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른 미국 정부의 ‘반화웨이’ 노선 동참 압박은 LG유플러스가 기업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를 이미 넘어선 양상이다.
하 부회장은 1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간담회에 참석하는 길에 만난 기자들이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화웨이 장비 사용 관련 문제를 놓고도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