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등에서 두 장관이 자의적 문구 해석과 말바꾸기를 하면서 정부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제적 망신까지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 야당, 박근혜 정부가 거짓말 한 것
새정치민주연합은 23일 국방부가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 방위상의 발언을 뺀 채 회담 결과를 공개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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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구 국방부 장관. |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우리 정부의 동의없이 자위대의 진출 의사를 밝힌 발언과 관련해 한ㆍ일 양국이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가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을 감추고 이 발언을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0일 나카타니 방위상은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면 일본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이른바 휴전선 남쪽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들어갈 경우 우리 정부의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회담 직후 국방부는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담이 끝난 뒤 일본 방위성이 발언 전체를 공개했지만 국방부는 20일 밤까지 “그런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1일 회담 대화록이 공개되자 일본 측 말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국방부는 말을 바꿨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일 긴밀한 협의만 얘기하자고 합의했는데 일본 측이 이를 어겼다”며 “일본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카타니는 22일 일본 기자들에게 “발언내용을 비공개로 하겠다고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일본이 합의를 깨고 공개했다고)한국이 지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우리나라 영토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일본 정부에 전달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발언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니 정말 굴욕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우리 국민은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품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의 망언을 듣고도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성토했다.
◆ 윤병세 장관, 남중국의 '남'자도 모른다더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입길에 올랐다.
윤 장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일부 언론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19일 국회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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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세 외교부 장관. |
오바마 미 대통령은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면에서 실패하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공개 주문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했다.
윤 장관은 그 뒤 말을 뒤집었다. 윤 장관은 21일 외교부ㆍ동아시아연구원(EAI) 주최 콘퍼런스 정책연설에서 “지난 주 방미시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 스스로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님을 고백한 꼴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 윤 장관의 행태는 무능력과 무책임의 극치”라며 “장관 수준이 이 정도인데 대한민국 외교가 잘 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