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7월에 ‘2020년 하반기 롯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MC)’이 진행되는 가운데 회의를 앞두고 롯데그룹 안팎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밸류크리에이션미팅은 2018년부터 과거 사장단회의를 그룹 임원들끼리의 상호 소통 및 논의하는 방식으로 바꾼 그룹 전략회의다.
지난해에는 잠실 롯데타워에서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지주 및 BU장, 계열사 대표 등이 모두 모여 진행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회의 방식에도 일부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상반기 회의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놨는데 하반기 회의에는 각 사업부문별, 계열사별로 더욱 빠른 체질 개선을 주문하며 상반기 회의 때보다 구체적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상반기 회의는 모든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새해 목표 및 성장전략, 최근 이슈 등을 공유하는 자리라면 하반기 회의는 그룹 사업군별로 모여 각 계열사의 현안 및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시너지 창출을 논하는 자리다.
상반기 회의에서 그룹의 큰 틀을 논의했다면 하반기 회의에서는 각 사업부문별로 구체적으로 현황과 사업전략 등을 집중점검한다.
올해 상반기 회의에서 신 회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생존 위기’를 들었지만 아직까지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부문들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구조조정 및 체질 개선 등에서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 회장은 상반기 회의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잡은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회의에서는 신 회장이 각 계열사별로 임원들을 상대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현황과 이유, 대안 등을 매섭게 몰아붙일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신 회장이 유통부문의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 및 온라인사업 강화, 호텔 및 화학부문의 인수합병 전략 등을 제시했던 만큼 각 부문별 임원들은 그에 걸맞은 전략을 준비하는 데 애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가 코로나19라는 외적 변수에 대응하는 시기였다면 올해 하반기부터가 경영전략상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향한 첫 단추가 될 시기인 만큼 더욱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신 회장이 경영의 외적 변수를 대부분 매듭지은 점도 하반기부터 더욱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겨냥한 새 사업전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을 받은 뒤에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타계, 코로나19 확산, 일본 롯데 경영권 등 경영의 외적 변수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다.
올해 3월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가격리 등으로 두 달여 동안 화상회의로 국내 경영현안을 챙기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만 6월 일본 롯데홀딩스 단독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면서 한일 롯데 원톱 지위를 공고히 했으며 7월 신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 문제까지 마무리되면 경영 외적 변수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5월 국내로 돌아온 뒤 롯데그룹의 랜드마크와 식품, 유통, 호텔 등 각 사업부문별 굵직한 사안 있는 곳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칠성 스마트팩토리, 시그니엘부산 호텔 개관식 등을 찾은 데 이어 27일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황범석 백화점사업부 대표 등과 함께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둘러봤다.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다지는 것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유통, 식품, 호텔 등의 주요 영업현장과 포스트 코로나19 경영시스템으로 점찍은 스마트팩토리 생산현장 등을 직접 둘러보며 하반기 사업전략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알려지지 않은 형태로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는 만큼 최근에 현장을 방문한 것이 하반기 회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 변화에 맞춰 변화와 생존에 방점을 찍은 그룹 전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