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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와 홍석현, 불편하고도 절묘한 동거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09 17: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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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와 홍석현, 불편하고도 절묘한 동거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가히 ‘손석희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손석희 jTBC 사장이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방송뉴스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고, 시청자들은 그의 방송진행을 열광하고 있다.

jTBC 뉴스는 세월호 참사 보도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돌파하며 시청률 5.4%를 기록했다. ‘앵커 손석희’의 힘이었다. 친정인 MBC 뉴스데스크와 동급의 시청률이었고 지상파 방송뉴스를 위협할 정도다. 다른 종편과 이미 상당한 격차를 벌려놓았다.

‘언론인 손석희’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매일같이 손석희 어록과 동영상이 탄생하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뉴스의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는 방송 즉시 어록으로 남는다. 하루에 하나씩 어록이 만들어지고 있다.

네이버 검색어 상위권에 연일 그의 이름이 오른다. ‘손석희 10초 침묵’, ‘손석희 사과’, ‘손석희 울먹’이라는 검색어들이 차지한다. 방송사고라고도 볼 수 있는 그의 10초 침묵 동영상과 그가 울컥하는 동영상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찾아 본다.

이런 신드롬 한편에는 과연 손 사장이 얼마나 jTBC를 바꿔놓을지 주목하는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손 사장의 이미지는 진보적이다. 그러나 jTBC는 태생적으로 보수적이다. 삼성이라는 재벌을 모태로 한다. 한마디로 손 사장과 jTBC는 '불편한 동거' 관계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손 사장이 이 불편한 동거에 들어갈 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사장이 바꾸기 보다 손 사장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불편한 동거는 절묘한 조합이 돼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석희가 'JTBC화'하는 게 아니라  jTBC가 '손석회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 관심은 이 동거가 과연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하는 점으로 쏠린다.

물론 그 열쇠는 홍석현  jTBC 회장이 쥐고 있다. 그동안은 홍 회장이 손 사장에게 뉴스 앵커를 맡기면서 방송뉴스에서 jTBC 위상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 손 사장도 진보적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jTBC를 어느 정도 바꿔냈다고 평가를 받는다.

과연 이 절묘한 균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 손석희의 세월호 보도, 방송판도를 바꾸다


손 앵커는 세월호 사고가 터진 날부터 지금까지 뉴스시간을 거의 세월호 보도로 채우고 있다. 현장에 내려간 여러 기자들과 긴 인터뷰를 진행하며 시청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궁금해 할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팽목항의 오후 구조상황을 취재해 보도한 기자에게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 할 구조상황을 추가로 취재할 것을 즉석에서 지시하고 뉴스 끝무렵에 확인하기도 한다.

지난달 말 오바마 대통령 방한 때 다른 방송사들은 뉴스 첫 꼭지를 모두 오바마 대통령으로 채웠지만 손 앵커는 홀로 팽목항을 선택했다. 그는 현장에서 방송하고 닷새만에 철수하면서도 “가족 분들이 아직 많이 계셔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현장진행은 마무리하지만 이곳을 향한 시선을 멈추거나 돌리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손석희 신드롬의 시작은 사고당일 jTBC 기자가 단원고 학생에게 “친구가 죽었냐”는 질문을 했던 것이었다. 손 앵커는 이날 뉴스에서 30년 방송경력과 이름을 걸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시청자들은 손 앵커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신뢰는 jTBC의 특종을 낳게 했다. 실종자 가족이 jTBC에 찾아와 인터뷰에 응했다. 다른 방송에서 비춰지던 상황과 다른 현실이 실종자 가족의 증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jTBC의 손 앵커 뉴스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실종자 가족이 희생자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동영상을 jTBC에 제공했다. 모두 손 앵커에 대한 신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jTBC는 전직 세월호 항해사를 단독 인터뷰 했고 언딘이 민간잠수사의 구조활동을 축소했다는 등 여러 단독보도를 이어갔다.


  손석희와 홍석현, 불편하고도 절묘한 동거  
▲ 손석희 앵커는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한 날 직접 팽목항에 내려가 뉴스를 진행했다.

◆ 손석희 재난보도, 문제는 없었나


손석희 신드롬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신뢰와 jTBC 뉴스의 신뢰는 전혀 다른 문제인데도 손 앵커에 대한 믿음이 곧 jTBC 뉴스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다.

jTBC는 세월호 사고 초반에 사고원인이 암초에 의한 좌초가 아니라는 공식발표 이후에도 암초에 의한 좌초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손 앵커는 “저희 취재진이 침몰영상을 자세히 확인해 봤더니 암초에 부딪쳤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도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런 보도들은 손 앵커의 신뢰에 힘입어 널리 퍼졌다.

특히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 논란은 손 앵커에게 옥에 티로 남았다. 다이빙벨은 손 앵커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종인 대표는 jTBC 스튜디오에도 직접 출연해 다이빙벨의 실효성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손 앵커는 이종인 대표에게 “매우 어려운 질문이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다”며 “이종인 대표가 생각하기에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단호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또 재차 구조성공 가능성을 묻는 손 앵커에게 이 대표는 “희망이 없으면 가는 뜻이 없다”고 강조했고, 손 앵커는 “‘빨리 떠나시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다이빙벨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무수한 의혹만 남긴 채 철수했다. 그 과정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민간 전문가들의 발언을 여과없이 보도한 jTBC와 손 앵커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손 앵커가 재난보도를 하면서 지나치게 감성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jTBC는 지난달 말 ‘더 많이 함께 못해 미안해, 남자친구가 남긴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방영했다. 방송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희생자의 남자친구가 희생자에게 SNS에서 작성한 편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이를 놓고 희생자의 가족도 아닌 이성친구의 편지, 그것도 SNS에 작성한 개인적 내용까지 보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손석희와 홍석현, 불편하고도 절묘한 동거  
▲ 손석희 앵커는 지난해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을 바탕으로 삼성의 ‘노조와해 작전’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 홍석현과 손석희의 동거,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jTBC가 방송 뉴스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은 전적으로 손 앵커의 힘이다. 그 손 앵커를 선택한 이가 바로 홍석현 jTBC 회장이다. 둘은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최상의 조합을 이뤄낸 것처럼 보인다.

홍 회장이 손 앵커를 선택한 것은 절묘한 한 수라고 평가받는다. 4개 종편에 3곳 지상파, 게다가 보도전문채널까지 경쟁이 치열한 방송시장에서 홍 회장은 jTBC의 차별성을 세울 방법을 무엇보다 열망했다.

홍 회장은 특히 보수 일색인 방송시장에서  jTBC가 차별성을 얻으려면 중도 쪽으로 우클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홍 회장의 생각이 손 앵커를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게 만들었다.


손 앵커도 방송현장으로 복귀하고 싶은 열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MBC를 그만두고 대학교수를 하면서 라디오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앵커에 대한 갈증을 느꼈을 공산이 크다.

이런 열망과 갈증이 만났다. 민주언론의 상징이기도 한 손 앵커, 재벌신문과 방송의 오너인 홍 회장의 만남은 분명 불편한 동거인데도 절묘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동거의 미래를 놓고 여전히 엇갈리는 분석들이 나온다.

한쪽에서 jTBC가 뉴스 시청률을 비롯해 전체 시청률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손 사장은 ‘토사구팽’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다른 한쪽에서 홍 회장이 jTBC의 이념적 좌표를 중도로 세우고 이 선을 손 사장이 넘지 않는 한 동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엇갈린 전망의 중심에 손 사장의 정체성이 놓여있다.

홍 회장의 경우 삼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홍 회장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홍 회장이 손 앵커에게 보도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다고 해도 그 마지노선은 있을 것이다. 곧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자본과 재벌에 대한 비판의 금도다.

손 사장은 jTBC 행을 선택한 뒤 “보수와 진보의 간극을 메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 선택에 반론도 있겠지만 정론 저널리즘을 실천해 보겠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특히 삼성과 관련해 비판적 보도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팩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보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사장이 정말 삼성과 재벌 관련 내용을 가감없이 다룰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홍 회장이 그어놓은 선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손 사장이 지금의 영향력을 얻는 데 결정적 토대가 된 것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이다. 그가 그곳에서 다룬 인물들을 보면 주로 정계와 사회문화계 인물들이다. 정치권 인사나 관료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놓아 대리만족을 주면서 명성을 얻었지만 이런 인사들에 대한 비판은 사실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손 사장 스스로도 "시선집중 때 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손 사장이 더욱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자본과 재벌의 문제에 대해 어떤 시각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또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치적이나 사회문화적 사안을 다룰 때처럼 날카로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손 사장이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 비판적일지라도 재벌과 자본의 문제에 대해서 그만큼 날카롭지 못할 것이라고 그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 손석희 과연 삼성의 지배구조도 다룰 수 있나 

물론 손 사장은 “정치귄의 외압이든, 삼성으로 상징되는 재벌 관련 내용이든 과거 시선집중 때처럼 가감 없이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도 손 사장이 홍 회장에게 타격을 줄 정도로 선을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손석희와 홍석현, 불편하고도 절묘한 동거  
▲ 홍석현 중앙일보 jTBC 회장

손 사장은 직접 앵커 자리에 앉은 뒤 삼성을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jTBC가 변했다는 평가도 받았고 시청률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런 보도도 홍 회장이 쳐놓은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졌다는 평가다.  jTBC 내부에서 "홍 회장이 손 사장에게 가족끼리 연이 끊어지지 않게만 해달라고 얘기했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언론계 관계자는 “jTBC가 삼성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해도 홍 회장이 시청률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묵인하는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홍 회장으로서 손 사장을 선택한 이상 손 사장이 이끄는 보도의 칼날이 직접 홍 회장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 사장이 이런 범위에서 보도를 진행한다면 손 사장과 홍 회장의 동거는 상당히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 언론운동을 하는 한 인사는 "홍 회장은 손 사장을 마케팅적 차원에서 영입했을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확인됐듯이 마케팅적 힘이 있는 한 손 사장이 이끄는 jTBC 보도는 상당한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손 사장이 홍 회장이 설정해 놓은 선을 넘으려 할 때다. 손 사장은 지난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앵커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인권침해 기자회견과 노조 와해 관련 문건 내용을 단독보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은 홍 회장이나 삼성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홍 회장이나 삼성의 입장에서 넘지 않아야 할 마지노선은 지배구조나 경영권과 관련한 사안을 다루는 것이다. 가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과오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안이 대표적이다. 손 사장이 jTBC 행을 결정했을 때 많은 이가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도 바로 이런 대목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당시 “손 사장이 jTBC를 변화시킨다기보다 손 사장의 이미지만 깎는 결과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jTBC가 손 사장을 통해 일정한 제스처를 취하긴 하겠지만 근본적 변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jTBC가 중앙일보, 삼성과 무관하지 않는데 과연 손 사장이 조직 밖에서 주어지는 압박에 대해 버텨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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