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정년퇴직 예정 현장관리자(그룹장) 보직 교체 변경 시행안’을 현장 노동자와 공유했다.
이번 시행안은 정년퇴직을 앞둔 현장관리자 가운데 그룹장의 보직 교체시기를 현재 정년퇴직 6개월 전에서 1년 전으로 6개월 앞당기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번 시행안은 1961년에 태어난 그룹장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1960년 태어난 그룹장은 애초대로 올해 7월1일 교체되고 1961년 태어난 그룹장은 내년 1월1일 교체된다.
교체된 그룹장은 부담이 적은 공정에 새롭게 배치돼 정년퇴직을 준비하도록 한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그룹장은 보통 3개 파트를 맡고 있다. 파트장 1명이 보통 10~15명의 노동자를 이끄는 만큼 그룹장은 40~50명의 노동자를 통솔하는 셈이다. 울산공장에는 현재 800여 명의 그룹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인력정체를 해소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울산 공장 노동자의 평균연령은 50대로 2025년까지 매년 1천 명이 넘는 인력이 정년퇴직으로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전체로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정년퇴직으로 회사를 떠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정년퇴직에 따른 공석 발생 외에는 새로운 그룹장 보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는 파트장의 그룹장 보임기회를 제공해 후배를 양성하고 정년퇴직 이후 시니어 촉탁 업무에 대비해 현장라인에 미리 적응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정 수석부회장시대를 맞아 현장조직 역시 젊게 바꾸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8년 정 수석부회장시대가 출범한 뒤 사무직과 연구개발직은 이전보다 역동적이고 젊은 조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아버지시대를 함께 한 부회장단에 큰 변화를 주고 연말 정기 임원 인사제도 폐기, 수시 임원 인사제도 안착, 임원직급 간소화 등 인사혁신에 힘을 실었다.
특히 수시인사를 통해 1975년 이후 태어난 젊은 인재를 다수 상무로 올리며 현대차 조직을 젊게 바꿨다.
현대차는 현재 미래산업으로 꼽히는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인포테인먼트, 모빌리티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젊은 임원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현장에도 적용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젊은 현장조직을 위해 상황에 따라 보직 교체시기를 더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현대모비스는 정년퇴직 2년 전, 현대위아는 만 58세부터 보직을 교체하고 있다.
다만 제도 변화에 따른 현장상황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정년퇴직 연령을 비롯해 인력충원 등 정년퇴직 관련 문제는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상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현대차 노조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인사권이 회사에 있는 만큼 회사 인사정책에 노조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며 “다만 인사를 고과 등 원칙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하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