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가 도서 도매업을 확장하면서 도서 유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도서 유통구조가 왜곡돼 소형출판사와 동네서점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교보문고의 도매업 확장이 도서 유통시장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과 대형사 등장에 따른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서 도매시장은 최근 시장 주도권을 쥔 주요 도서 도매회사들이 잇달아 변화를 맞이하며 산업재편이 이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웅진그룹이 그룹 재무상황 때문에 올해 5월 웅진북센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데 이어 인터파크도 6월 인터파크송인서적의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웅진북센이 도서 도매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이며 인터파크송인서적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서점 1위인 교보문고가 4월부터 도매업을 확장하면서 도서 도매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교보문고는 그동안 소규모로 서점 납품을 꾸준히 해왔는데 최근 동네서점 등의 납품 요청이 늘어나자 이를 받아들여 도매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동네서점들이 책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도서 도매업체들도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적당한 조건에 원하는 수량 만큼의 책을 공급받기 힘들어지자 교보문고를 통해 안정적으로 책을 공급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동네서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존 사업을 해오던 방식 그대로 규모만 확장하는 것”이라며 “다른 도매업체를 인수한다거나 새롭게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도서 유통구조는 출판사-도매상-서점으로 고착화됐지만 최근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은 중간 도매업체를 끼지 않고 출판사로부터 직접 도서를 받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교보문고가 도매업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교보문고의 도매업 확장을 놓고서 환영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극명하게 갈린다.
대형출판사와 소형출판사, 도매업체, 대형서점, 온라인서점, 동네서점 등이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현재 도서 유통시장의 상황과 문제, 해결책이 크게 다르게 때문이다.
도서 유통이 당사자끼리 개별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어떤 시각이 우세한지에 따라 도서 도매시장에서 교보문고의 영향력이 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교보문고의 도매업 확장을 환영하는 동네 서점과 일부 출판사들은 국내 도서 유통시스템 전반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내고 있다.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출판사가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도매업체 등에게 넘기는 책값인 ‘도서 공급률’이 각기 달라지면서 유통구조가 혼탁해진 데다 어음 결제가 일반화돼 도매업체들의 판단에 따라 대금을 제때 못 받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2017년 송인서적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때 많은 중소형서점들이 어음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을지를 놓고 전전긍긍했던 이유다.
교보문고는 올해 1월부터 모든 거래처의 대금을 어음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상생’에 힘써온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긍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반대로 교보문고의 도매업 확장을 꺼리는 쪽은 대형사의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형도매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대형업체인 교보문고가 뛰어들면 사실상 독점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오히려 그 피해를 동네서점과 기존 도매상들이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소규모로 서점 납품을 하던 교보문고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두고 ‘진출’로 바라보는 것 역시 교보문고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교보문고의 도매업 확장을 바라보는 여러 우려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두 존중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