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5년 만에 복귀한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래미안' 브랜드의 이름값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다음 도전할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놓고 건설업계가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5월에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을 잇달아 따내며 단번에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조 원을 넘겼는데 래미안 브랜드 가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사업지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후 도시정비사업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방 등 지역은 가리지 않겠지만 래미안 브랜드 가치에 걸맞는 상징성 있는 사업지를 골라 선별적으로 수주전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사업장 위주로 수주해 래미안 브랜드 가치를 한층 굳건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남지역이나 신흥 부촌에 선별적으로 랜드마크성 단지를 조성해 래미안의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다음에 도전할 만한 사업지로는 7천억 원 규모인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사업이 꼽힌다. 다만 이 단지 내 놀이터 부지 명의 문제로 사업 추진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5월30일 롯데건설의 시공사 지위가 해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도 삼성물산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흑석9구역 재개발은 '서반포'로 불리며 부동산과 건설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사업이다. 중앙대 인근 흑석동 90번지 일대 9만4000㎡를 재개발해 1538세대를 짓는데 공사비는 4400억 원 규모다.
이르면 2021년 시공사 선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천구 목동 6단지 재건축사업도 삼성물산이 나설 수 있는 사업지로 꼽힌다.
강남구 압구정 5구역 등 주요 강남권 재건축 사업뿐 아니라 부산의 신흥 부촌인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인근 권역 재건축사업도 허가절차 진행에 따라 삼성물산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5월30일 따낸 8087억 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사업도 '래미안' 브랜드가치에 힘입어 수주를 따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과 반포3주구에서 경쟁했던 대우건설은 트릴리언트반포라는 단독 단지명을 제안하면서 마감재, 세계적 디자이너와 협업, 소음저감 시스템 등 조합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제안을 내놨지만 끝내 래미안을 넘지는 못했다.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사업조건만 놓고 보면 대우건설이 좋은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이 아무리 가치 높은 브랜드를 지녔다 해도 동시다발적으로 주요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도시정비시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후분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후분양은 시공사의 자금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후분양 제안이 많아지고 있어서 삼성물산 같은 큰 회사라 할지라도 여러 사업지에 동시다발적으로 손대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