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희씨가 29일 서울 강남역 CCTV 철탑 위에서 '삼성피해자 공동투쟁'이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있다. |
삼성그룹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1년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여오다 삼성그룹과 합의해 내려왔다.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용희씨가 355일 만에 농성을 마쳤다.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는 김씨를 ‘삼성을 이긴 최초의 노동자’로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김씨의 배우자도 참석해 고공농성을 종료하고 내려온 김씨를 맞았다.
김씨는 “큰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주신 동지여러분 감사하다”며 “이번 투쟁을 통해서 삼성에 새로운 노사문화가 자리매김했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노조 설립활동을 하다가 해고당했다. 2019년 6월 노조탄압과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공동대책위와 삼성그룹이 4월29일 협상을 시작해 한 달 만인 28일 합의에 이르면서 김씨는 땅을 밟게 됐다. 구체적 합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사과와 명예복직, 실질적 보상 등 요구사항을 삼성 쪽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합의문에서 “장기간 고공농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것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김용희님은 해고 이후 회사와 갈등을 겪었고 고통과 아픔이 치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회사가 그 아픔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 부족해 가족분들이 겪은 아픔에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합의문에는 삼성계열사를 대표해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서명했다. 이 외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동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거대 재벌 삼성을 상대로 해고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인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끝까지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를 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김용희 당원으로부터 삼성과 최종적으로 합의했다는 전화통화를 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삼성이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대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