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데 잠시 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금융권에 외형 확대 대신 내실 강화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우리금융지주 주요 과제로 꼽히는 비은행 계열 수익 다각화를 당장 서두르기가 쉽지 않다.
25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통한 수익 다각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들은 2019년 1분기에 42억8300만 원 적자를 냈지만 2020년 1분기에 727억7100만 원 흑자로 전환했다.
2020년 1분기부터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통한 수익 다각화 전략의 성과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1분기 이후 자회사로 편입된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우리자산신탁 등이 2020년 1분기에 각각 순이익 509억 원, 순이익 133억 원, 순이익 94억 원을 내며 비은행 수익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상반기 내 내부등급법 통과로 자본을 더욱 자유롭게 운영할 길이 열리면 비은행계열사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 다각화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봤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은행을 통한 수익 비중이 높아 비은행 계열사 확대가 주요 과제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20년 1분기 비은행 계열사 수익이 흑자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우리은행 순이익(5035억 원)이 우리금융지주 전체 순이익(557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른다.
우리금융지주는 앞으로 표준등급법 대신 내부등급법 적용을 받게 되면 자기자본비율이 올라가 가용자본이 늘어난다는 점도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나 금융지주사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금융기관의 자체 신용평가모형과 리스크 측정요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면 자기자본비율이 표준등급법보다 높게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 증권사, 캐피탈사 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만큼 자본을 활용할 폭이 넓어지면 비은행권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이미 아주캐피탈 지분 일부를 우리은행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롯데카드 지분 20%를 들고 있는 등 인수합병을 위한 사전준비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금융권 전반에 외형 확대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당장 비은행계열사 확대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윤 원장은 22일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충당금과 내부유보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을 향한 정부의 정책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기간산업 보호에 은행권이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소상공인 대출지원에도 금융권의 적극적 지원을 당부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통과를 금감원에서 심사하고 있는 만큼 외형 확대를 자제하는 요청을 무시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도 당분간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2일 신종자본증권 4천억 원을 2분기 내 발행해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에 낮아진 자본 안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기간이 길고 금리가 낮아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자기자본비율 안정성에 기여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 안정성을 확보하고 금리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외형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