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올레드(P-OLED)사업을 정상궤도에 진입하도록 하는 일이 당면과제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강조한 말이다.
플라스틱올레드는 유리 기판이 아닌 플라스틱 기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패널을 말한다. 주로 스마트폰용 패널로 사용된다.
LG디스플레이는 LCD(액정 디스플레이) 중심 사업구조를 올레드로 전환하고 플라스틱올레드 양산체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지난해 적자 1조4천억 원 규모를 봤다.
정 사장이 ‘당면과제’라는 말까지 쓰며 플라스틱올레드사업의 정상화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 사장이 플라스틱올레드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주요 고객사 애플이 올레드패널를 받을 회사를 새로 선정했고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스마트폰사업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 사장으로서는 LG디스플레이의 플라스틱올레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새 고객사를 찾을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22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 고객사 화웨이가 최근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를 공급받기 어려워지면서 스마트폰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 등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한 반도체기업들이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공급할 때는 미국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게 하는 제재안을 내놨다. 제재안은 9월부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정됐다.
영국 로이터는 “화웨이가 반도체를 전혀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며 “화웨이는 자체 반도체가 없다면 다른 스마트폰 경쟁사와 비교해 우위를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LG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은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40프로’에 쓰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화웨이는 P40 시리즈 등 스마트폰을 정상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TSMC에 7억 달러 규모의 마지막 주문을 넣었지만 거절당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화웨이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재고가 충분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장치 생산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올레드패널 공급을 두고 새 경쟁자를 맞이하기도 했다.
시장 조사기관 DSCC는 애플이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2’ 시리즈 가운데 ‘아이폰12맥스’ 모델에 중국 BOE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동시에 채택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모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당초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만 사용하다가 2019년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11을 내놨는데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또 다른 회사를 선정한 것이다.
물론 BOE는 처음으로 패널을 공급하는 만큼 LG디스플레이와 비교해 더 적은 물량을 납품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DSCC는 BOE가 이번 제품에 문제없이 패널을 공급하면 다음 제품에도 공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할 수 있는 ‘파이’가 더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애플과 화웨이를 주축으로 한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 판매가 위축되면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근 LG디스플레이 실적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패널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2019년 4분기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모바일부문 비중은 36%에 이르며 처음으로 TV부문(28%)을 넘었다. 2020년 1분기에도 모바일부문이 매출 32%가량을 차지해 31%로 집계된 TV부문을 근소하게 앞섰다.
정 사장은 흑자전환이 절실한데 화웨이와 애플 이외에도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총력전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 쪽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90% 수준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LG디스플레이가 새 고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올레드패널을 채택하는 스마트폰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또 생산자 쪽에서 볼 때 공급사가 다양해질수록 가격협상 등에서 유리해지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LG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 비중은 애플과 중화권 세트업체들의 올레드 채용 확대로 2019년 28%에서 2021년 38%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과거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올레드 스마트폰이 다른 업체로 확산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에 항상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하반기 플라스틱올레드사업을 실적 개선(턴어라운드)할 기반을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