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발맞춰 한국수력원자력을 ‘종합에너지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실적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발전 설비를 대폭 늘리기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2020년 신재생에너지사업에 2278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2019년 신재생에너지사업에 360억 원을 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532.7% 늘었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2020년 주요사업 전체 예산 4조4703억 원 가운데 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발맞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4%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신한울 1,2호기 건설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원전연료 등 원자력발전에 예산의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으로 별도 정부 지원 없이 생산한 전력을 팔아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으로서는 아직 대부분의 수입이 원자력발전에서 나오고 있어 원자력발전에 투자하는 비중을 마냥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9년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640MW로 2018년 말 기준 635.2MW보다 소폭 늘었다.
하지만 전체 발전설비용량 2만8590MW의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에너지가 여전히 원자력발전에서 나오고 있지만 ‘탈원전’을 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을 점차 줄여야 한다.
정부의 전력수급 장기계획 수립을 자문하는 총괄분과위원회가 8일 내놓은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워킹그룹 주요 논의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전력공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9.2%에서 2034년 9.9%까지 줄어들게 된다.
아직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워킹그룹이 내놓은 이번 초안을 토대로 최종안이 나오게 된다.
정 사장은 줄어드는 원자력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해마다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의 2019년 실적을 살피면 매출은 1년 전보다 275억 원(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26억 원(31.6%) 감소했다.
부채총액이 늘고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채비율은 2018년 말에는 120.8%였지만 2019년 말에는 132.8%까지 12%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30조6530억 원에서 34조768억 원으로 3조4238억 원가량 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사후처리비용을 재산정하며 원전 사후처리 복구 충당부채가 증가해 2018년보다 2019년에 부채가 증가했다"며 "영업이익은 전력 판매단가 하락과 원전 충당부채 증가에 따른 비용이 늘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종합에너지회사’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정 사장은 “수력, 신재생사업, 해외사업 등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통해 세계 최고의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발돋움하자”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2020년에는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대기장에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