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증권가와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딜라이브와 현대HCN 등 케이블TV 3, 5위 기업이 매각절차를 서두르고 있고 4위 기업인 씨엠비(CMB)까지 매각설이 돌면서 매물이 넘쳐나는 반면 인터넷TV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케이블TV 매수를 추진했던 이동통신사들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KT는 2019년 딜라이브에 6천억 원 규모의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케이블TV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올해 구현모 대표가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구 대표는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시절부터 인터넷TV 사업부문과 관련해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보다 인공지능(AI)기술 등을 활용해 자체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KT가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터넷TV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개인화된 홈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구 대표는 KT 대표 내정 전인 2019년 인터넷TV 혁신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들은 케이블TV 인수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인터넷TV사업은 여전히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성장기회가 있다”며 “그 답은 개인화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1~2인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미디어 시청형태가 개인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며 “KT는 개인화, 지능화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에서 고객과 함께 성장해가겠다”고 말했다.
KT가 최근 영유아 전용 인터넷TV서비스 ‘키즈랜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인공지능 기술을 실제 산업과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점은 이런 경영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KT가 13일 열린 2020년 1분기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서비스 위주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구 대표가 무선사업의 시장 안정성을 토대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힌 점을 봐도 KT는 케이블TV 인수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대표는 앞서 4월 취임 뒤 첫 공식석상인 ‘5G+ 전략회의’를 마친 뒤 딜라이브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한 예전 발언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시장 상황 등 외부적 요인을 살펴봐도 구 대표는 케이블TV 인수에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실적 불확실성 요소를 올해 하반기까지 안고 가야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20대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사후규제안에 관한 논의가 매듭을 짓지 못하고 21대 국회의 과제로 넘어갔다.
케이블TV 인수 추진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또 국내 유료방송시장 자체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케이블TV 인수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점도 있다.
구 대표 역시 “이미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을 결정하거나 완료한 상황에서 급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과연 케이블TV와 인터넷TV가 어느 정도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차분하게 지켜보고 인수합병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딜라이브 인수 등과 관련해 아직은 아무런 계획이 없다”며 “인수 관련 검토는 예전부터 해왔지만 뚜렷하게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는 올해 인터넷TV부문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비대면 공연, 비대면 입시설명회 등 생중계 서비스 시도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KT가 미디어사업 지배력 강화를 위해 케이블TV 인수 또는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한 미디어사업의 전반적 구조개편 등을 추진하며 변화를 줄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여전히 주목되고 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케이블TV와 인수합병을 통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에서 1위 KT를 뒤쫓고 있고 인터넷TV사업은 실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KT는 2020년 1분기 비대면문화 확산에 힘입어 인터넷TV부문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9% 늘어나며 고성장세를 지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