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독점하고 있는 분양보증시장의 개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개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분양보증이 사실상 분양가격 통제수단으로 쓰이는 데 불만을 보이는 반면 현재 체제가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반박도 나온다.
13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격 통제 논란을 계기로 분양보증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사 등의 사업자가 파산 등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면 건물 분양이나 납부한 분양대금의 환급업무를 대신 책임지는 보증제도를 말한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분양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 혹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증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보증보험사를 따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현재는 주택도시보증공사만 독점적으로 분양보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시장구조는 분양가격 통제와도 연관돼 있다. 건설사나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기준보다 높은 분양가격을 제시하면 분양보증이 허가되지 않는 방식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분양보증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조합은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 모두 파는 ‘통매각’을 추진하다 정부의 제지를 받아 중단하기도 했다.
이렇듯 분양보증을 둘러싼 협상 지연이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건설사와 조합 등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 외에 다른 분양보증기관이 생기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도 최근 정부와 국회, 개별 정당 등에 건의한 정책과제에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포함했다. 주택협회는 건설사 60여 곳으로 구성된 단체다.
2020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분양보증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도록 국토교통부에 권고한 시한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2017년 상반기에 내놓은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결과 발표’에 분양보증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2020년까지 추가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2019년에 보증보험사 1곳 이상을 분양보증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송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21대 국회에서도 분양보증시장 개방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건설사와 조합 등은 분양보증 절차 지연에 따른 사업성 하락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분양보증 허가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보증 창구가 늘어나면 사업속도가 지금보다 신속해질 것”이라며 “분양보증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격 통제가 힘들어진다는 말도 나오지만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보증수수료율 인하를 고려하면 분양가격 안정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 외에 분양보증기관을 추가로 지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분양보증기관이 늘어나면 부동산시장이 과열됐을 때 분양가격 통제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추진하는 일이 쉽지 않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소 건설사 대상의 수수료 차별이나 분양보증 기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된다. 분양보증기관이 여러 곳 생겨도 수수료율 경쟁이 제대로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보증시장은 시장경제 원칙을 따른다면 경쟁체제로 가는 쪽이 맞다”면서도 “분양보증기관 사이에 암묵적 수수료체계가 형성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격 인하와 주택 공급 증가효과 등을 반드시 보장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분양보증기관의 추가 지정은 국토부에서 논의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