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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왼쪽부터),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조용병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1등 은행’을 위한 영업전쟁을 시작했다.
함 행장이 먼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 출범과 함께 1등경쟁에 불을 당겼다. 그는 영업 제일주의를 전면에 내걸었다.
윤 행장도 “모든 부문에서 1등”을 강조하며 ‘강한 현장’을 역설하고 있다. 조 행장은 이에 맞서 ‘은행 1등’을 지키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출범과 동시에 자산규모 면에서 1위가 됐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규모 299조 원으로 KB국민은행(281조5천억 원)과 신한은행(273조1천억 원)을 추월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7903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수익 1위를 지켰다. 국민은행은 7302억 원으로 2위다.
상반기 하나은행은 5606억 원, 외환은행은 2313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두 은행의 순이익을 단순 합산하면 7919억 원으로 단숨에 신한은행을 제치게 된다.
세 행장의 승부는 10월 계좌이동제가 시행되고 결과가 공개되면 일차로 결판이 난다.
계좌이동제는 오는 10월30일부터 시행된다. 계좌이동제란 주거래 예금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여기에 연계됐던 급여, 공과금 등 각종 거래도 자동적으로 옮겨주는 제도다.
주거래 은행을 갈아타는 것이 쉬워지면서 은행들은 새 고객확보는 물론이고 기존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도 사활을 걸고 있다.
◆ 은행, 제로섬 게임 시작
계좌이동제가 아니더라도 은행들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에 더해 지방은행까지 수도권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의 국내진입문턱을 낮추고 있다.
핀테크 활성화로 은행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은행의 경쟁을 가열하도록 하는 대목이다.
LG경제연구원은 “SNS와 모바일메신저, 전자상거래 등 플랫폼 업체들이 금융권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며 “핀테크기업들이 은행의 업무를 하나씩 맡기 시작하면서 은행서비스를 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핀테크 상용화로 금융거래의 주체였던 은행이 핀테크기업에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선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P2P대출의 경우 투자자와 대출자의 연결은 플랫폼이 직접 수행하고 은행은 자금을 이체하거나 수탁하는 보조적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2P대출이란 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 직접적 금융거래를 뜻한다.
금융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자가 늘다 보니 어느 한 쪽이 금융수요를 가져가면 다른 한 쪽이 가져갈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은행들의 영업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지방은행이 경기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뒤 지방은행들은 경기도 지역에 1호점을 열었고 2호점 개점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계은행의 국내시장 진입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외국계 지점·사무소 대표 간담회에서 “아직 국내에 진입하지 않은 외국은행에 대해 업무범위에 따라 진입장벽을 낮추고 행정절차상 자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외국은행의 국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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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구 외환은행 본점에서열린 KEB하나은행 출범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 함영주의 영업 제일주의, 영업대전 촉발
시중은행의 치열한 경쟁에 불을 당긴 것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이라는 메가뱅크의 출현은 그동안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게 큰 위협이다. 이미 자산규모 면에서 KEB하나은행이 이 두 은행을 앞선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지난 16일 영업력 강화의 일환으로 모든 영업지점에 자산관리(PB) 전담직원을 배치했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문턱도 5억 원에서 3천만 원으로 대폭 낮췄다.
함 행장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외국환 업무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은행 내 외국환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국환코칭 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했다. 영업본부별로 멘티와 멘토로 구성된 ‘외국환 119 멘토단’도 만들어 외환업무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함 행장은 영업통답게 취임식에서부터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함 행장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 “획기적 영업력 강화를 통해 일류은행으로 나아가겠다”며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함 행장은 ‘원큐(1Q)파이오니어’라 불리는 1인 지점장 체계를 통해서도 영업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원큐파이오니어는 일종의 현장전문가로 직접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단체고객이나 중소기업, 벤처·소규모 상가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친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20명 규모인 원큐파이오니어 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함 행장은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영업력 강화에 매달리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기반이 약하다.
올해 상반기 KEB하나은행의 보통 및 저축예금 잔액은 23조6천억 원으로 KB국민은행(62조2천억 원), 신한은행(41조2천억 원)에 한참 뒤진다.
함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행복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 등 ‘계좌이동제 대비상품’을 내놓으며 고객기반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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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 윤종규 은행장이 지난 9월 9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KB평생사랑콘서트'에 참석한 고객들에게 패키지 사은품을 전달하며 안내하고 있다. |
◆ 윤종규, 고객 편의성 높이기에 주력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은 모든 부문에서 ‘1등 KB’가 되자고 독려하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 25일 KB금융지주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현장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영업망을 고객과 점주권 중심으로 재편하고 각 영업점은 고객밀착형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현장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워크다이어트’를 추진하는 등 영업대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단순 창구고객의 대기시간은 줄이고 상품판매나 대출 등 긴 상담이 필요한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영업환경을 바꿔가고 있다.
윤 행장은 고객을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아웃바운드 마케팅을 위한 기초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14일 ‘KB 캠패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KB 캠패드 시스템’은 직원이 외부에서 소비자상담을 할 경우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의 직원전용 앱을 통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촬영하고 비밀번호를 사전에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통장개설, 인터넷뱅킹 신규, 직불카드 발급, 외환 일부 거래가 영업점 밖에서도 가능해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밖에서 소비자의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앱 사용이 어렵지 않고 접근성이 용이하며, 보안성도 확보된 만큼 아웃바운드 마케팅이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기업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영업채널(SBM)도 늘리고 있다. SBM은 여신, 자금상담, 재무, 경영전반에 대한 기업가치 향상방안과 세무,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관리 컨설팅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마케팅 전문가 그룹이다.
윤 행장은 이미 영업망도 고객중심으로 재정비했다.
윤 행장은 “국민은행의 모든 영업점이 1등 고지 탈환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33개 지역본부를 고객의 실제 생활권에 기반을 둔 지역별 거점 중심 영업망으로 재편성하고 전국의 1047개 영업점은 점주권 환경과 고객기반에 특화한 영업망 체계로 전환했다. 지역별 거점이 되는 영업점은 개별 영업점이 수행하기 힘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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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지난 3월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조용병, 자산운용사업 강화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영업력을 강화해 ‘1등 은행’ 위상 굳히기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권 가운데 최대의 순이익을 올려 리딩뱅크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이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여기에 KEB하나은행까지 추격에 나서고 있어 신한은행의 1등 수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행장은 영업력 강화의 일환으로 지난 5월부터 지역 중소기업 CEO들은 물론이고 영업점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며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조 행장은 지난 3일 “신한은행 임직원 모두는 고객들이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며 “고객의 요구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 차별화한 금융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조 행장은 은행장 취임 뒤 첫 정기인사에서도 영업력 강화 의지를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실시한 인사에서 기관고객부 담당 본부장을 추가로 배치해 기관영업을 강화했고 리테일 영업점의 수익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최일선에 배치돼 있는 SOHO 영업전담 직원인 리테일RM(Relationship Manager)을 459명에서 502명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전국 15곳 지점에서 운영하던 전자문서서비스(EFS)를 지난 7월부터 전국 모든 지점으로 확대 시행했다. EFS는 직원들이 태블릿PC를 가지고 고객을 찾아가 종이가 필요 없는 점포다.
신한은행은 전국 지점의 지점장과 부지점장, 기업담당영업 담당자 등 2500명 직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현장에서 개인 신분확인은 물론이고 예적금 신규 신청, 대출상담, 금융상품 가입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