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기자 jskim@businesspost.co.kr2020-05-11 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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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2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새로 확보했다. 초기 투자금을 포함하면 벌써 5번째로 투자금을 모두 합하면 4200억 원이 넘는다.
컬리가 매년 적자를 내는데도 김슬아 대표가 꾸준히 투자를 유치하는 원동력은 새벽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시장은 2015년 100억 원 규모에서 출발해 2018년 4천억 원, 2019년에는 약 1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컬리가 운영하는 쇼핑몰 마켓컬리는 신선제품의 품질을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급제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가격이 높아도 다른 이커머스업체보다 고품질 제품을 제공한 것이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마켓컬리의 고객 재구매율이 높은 것은 고객이 마켓컬리가 선보이는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마켓컬리에 가입한 고객의 재구매율은 61.2%로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업계의 평균 재구매율(28.8%)보다 높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켓컬리의 제품 가격이 경쟁사보다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높은 퀄리티의 신선식품을 제공한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며 “실제 마켓컬리의 최다 구매지역은 1위가 강남구, 2위가 서초구, 3위가 마포구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확보한 고객 충성도는 높은 매출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컬리는 2019년 매출 4289억 원을 냈는데 2018년보다 173% 늘었다.
마켓컬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500개 가운데 1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번에 발표한 순위는 2015년 매출이 10만달러 이상이고 2018년 매출이 100만달러 이상인 기업 중 2015년부터 2018년의 연평균 성장률 기준으로 매겨졌다. 마켓컬리는 총매출 성장률이 5213.3%였고 연평균 성장률은 275.9%로 분석됐다.
다만 마켓컬리는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동시에 적자도 커지고 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2019년 영업손실 986억 원, 순손실 975억 원을 냈다. 2018년 보다 영업손실 규모는 198%, 순손실 규모는 179% 늘었다.
적자가 커지는 이유는 마켓컬리가 집중하고 있는 샛별배송(새벽배송)이 물류설비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건비 부담이 일반배송보다 크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 서비스에 드는 인건비는 일반배송보다 50% 정도 더 비싸다.
김 대표는 2019년 기자간담회에서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지금까지의 적자는 물류자산과 직원채용, 데이터 등 적절한 인프라를 위해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와 고객 가치를 위한 투자기간이 끝나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말한 브랜드와 고객을 위한 투자는 한 동안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벽배송시장에 쿠팡과 SSG닷컴 등 대형 이커머스업체들이 진출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19년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선보였고 SSG닷컴도 2019년 6월부터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컬리가 차별화전략으로 고급제품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이커머스업체도 고급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은 투자를 동반한 외형성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영훈 연구원은 “다수의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는 만큼 광고판촉비를 줄이면 그만큼의 성장률을 포기할 수 밖에 없고 물류 관련 투자 역시 마찬가지”라며 “마케팅과 물류비용을 절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