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 감면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이 연기된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공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10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대기업 면세점 대표들의 만남이 8일에서 15일로 미뤄졌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7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중요한 일정이 있다며 간담회를 15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당초 임대료와 관련해 강경한 모습을 보였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태도를 바꾸면서 임대료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는데 현재로써는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구본환 사장은 4월에 롯데 신라, 신세계 면세점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공사도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나 공사와 상업시설은 한 배를 탄 공동체인 만큼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추가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공항면세점의 실제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꾸준히 내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현재 매달 임대료 800억 원가량을 인천공항공사에 내고 있다.
특히 해외공항에서 많게는 전액 감면이나 적어도 절반 이상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월부터 면세점 및 상업시설의 고정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고 있다. 여객 수가 크게 줄어든 매장은 4월 말까지 임대료를 전액 감면했다.
호주 브리즈번공항도 3월부터 입점 면세점의 임대료 납부방식을 기존 최소보장액 방식에서 매출 연동제로 변경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원안에 따라 손실규모를 줄일 수도 있는 만큼 협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속도가 둔화됐지만 일본과 러시아 등 국가에서 여전히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사업 특성상 회복시점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의 공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면세사업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대기업 면세점들은 보수적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올해 8월 계약이 끝나는 사업권은 모두 8곳이지만 현재까지 2곳만 계약이 확정됐다.
6곳의 사업권과 관련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세계 면세점 가운데 매출 2위와 3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포기한 상황에서 실질적 지원 없이는 재입찰이 흥행할 가능성이 낮은 점도 공실의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 면세업체 4곳이 우선협상자에 선정됐지만 높은 임대료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계약을 포기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15일 간담회에서는 추가적 지원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확보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