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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주택사업 전략을 바꾼 걸까?
삼성물산은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주변에 삼성타운을 구축하려 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파다하다.
삼성물산은 2013년 최 사장 취임 후 주택사업을 축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에서 공세로 재전환하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을 이끄는 최치훈 사장이 주택사업 전략을 성장 중심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삼성물산, 서초 삼성사옥 인근 삼성 래미안 타운 만드나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서초동 ‘재건축 5형제’로 불리는 재건축 수주를 싹쓸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서초 삼성사옥 인근에 위치한 우성1·2·3차와 무지개아파트, 신동아아파트를 묶어 삼성타운을 조성하려고 한다. 이 다섯 곳을 모두 합하면 5천 가구 이상 대단지가 된다.
이미 강남역 주변에 서초래미안, 서초삼성래미안, 역삼래미안 등이 들어서 있어 삼성물산이 계획대로 재건축 5형제를 싹쓸이 수주할 경우 강남역 인근에만 1만 가구 이상의 래미안 벨트가 형성된다.
삼성물산은 이를 통해 강남 노른자위에 확실하게 래미안 깃발을 꽂고 주택사업 강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이미 우성1·2·3차를 수주했다.
우성3차는 지난해 9월 래미안서초에스티지라는 이름으로 분양했고 우성2차는 래미안서초에스티지S라는 이름으로 오는 10월 분양한다. 우성1차는 10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곧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300가구를 확보한 셈이다.
남은 곳은 무지개아파트와 신동아아파트다. 무지개아파트는 지난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연내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아파트는 이보다 다소 진행이 늦어 내년에 재건축사업이 추진된다.
삼성물산은 무지개아파트와 신동아아파트 수주전에 대비해 인력을 늘리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서초사옥 주변이라는 입지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반드시 수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이와 관련해 “사업성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수주하려는 것”이라며 “특별히 그룹 차원에서 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삼성물산 저지할 대항마는
삼성물산이 무지개·신동아아파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고 대단지가 형성될 경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어 수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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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이 다음달 분양에 나서는 서초래미안에스티지S. |
하지만 삼성물산이 꼭 수주를 장담할 수 없다.
해당 단지가 사업성이 높은 지역이어서 다른 건설사들도 치열하게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지개 아파트는 1489가구로 주변에서 가장 세대수가 많은 곳이라 대형건설사들이 모두 주목하고 있다.
GS건설이 수주전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GS건설은 2012년 우성3차 수주전에서 3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절치부심해 반드시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근에 흔한 래미안 단지보다 GS자이로 개발되는 것이 미래 가치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도 잠재적 후보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최근 강남 재건축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삼호가든 3차 수주전에서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브랜드 디에이치를 내세워 승리했다. 현대건설은 래미안 못지않은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강남권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밖에 주택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도 수주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은 아크로비스타와 푸르지오 브랜드를 보유해 반포와 서초 등 강남지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 삼성물산, 합병 전후 달라진 주택시장 행보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전후로 주택사업 전략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까지 주택사업에 소극적이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주택사업에서 단 한건의 신규수주도 하지 않았다. 주택시장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다른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주와 분양에 나서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삼성물산이 래미안이라는 1위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축소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최치훈 사장은 지난해 삼성물산 주택사업부를 빌딩사업부와 통합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소화해야 하는 수주물량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수익성 위주로 선별수주를 하다보니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합병 이후 완전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신반포3차 통합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며 화려하게 주택사업에 재등장했다.
신반포3차 통합 재건축사업은 신반포3차를 포함해 인근에 있는 신반포23차, 경남아파트, 우성에쉐르1·2차를 통합해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3천 가구에 사업비가 9천억 원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서초동 삼성사옥 주변 재건축 싹쓸이는 물론이고 서울 강남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재건축 연한이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는 등 재건축 규제가 완화하면서 강남 재건축시장은 건설사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삼성물산은 내년 이후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구반포 1·2·4단지 등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아파트단지를 수주하기 위해 벌써부터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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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삼성물산 주택사업 확대하는 이유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합병 이후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외형적 성장이라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합병 뒤 삼성물산의 청사진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건설부문의 2020년 목표 매출은 23조6천억 원이다. 지난해 매출(14조8천억 원) 기준 연평균 8.1%씩 성장해야 목표달성이 가능하다.
최 사장은 합병 시너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합병 전보다 좋은 실적을 올려야 한다. 삼성물산은 합병과정에서 합병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표대결까지 벌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합병은 마무리됐으나 여전히 삼성물산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삼성물산이 공격적으로 주택사업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합병과 주택사업은 무관”하다며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조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시너지를 보여줄 지도 주목된다.
강남 재건축시장은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차별적 특화설계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합병한 제일모직 리조트건설사업부는 에너지절감, 조경 등 특화설계에 강점이 있어 이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