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ESG(사회, 환경, 지배구조)경영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ESG경영을 내세우면서도 석탄발전에 투자를 추진하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ESG 경영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ESG경영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해외거점을 늘리면서 글로벌기업들과 교류가 잦아져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로 사회적 책임경영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과거 방식과 달리 ESG 등 비재무적 요소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면서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유럽과 북미지역 등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주요 투자기관 가운데 한 곳인 국민연금공단이 투자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업도 ESG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융회사의 폐종이 발생량, 전산화에 따른 전력 사용량 등을 고려하면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 등과 비교할 때 ESG의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 등으로 금융권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ESG경영 강화에 나선다는 시선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12월 국내 기업 최초로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사의 대응원칙을 담은 ‘그룹 기후변화 대응원칙’을 선포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채택한 새로운 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을 준수하고 기후변화 전반에 그룹 차원에서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선포한 그룹 차원의 중장기 친환경 비전인 ‘에코(ECO) 트랜스 포메이션 2020’에 기반해 ‘녹색산업’에 20조 원을 투자·지원하고 2012년 대비 온실가스 20%를 절감하는 등 환경경영에 힘쓰고 있다.
녹색산업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재구축해 자연친화적 체제를 갖춘 산업을 말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환경산업 투자 및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에게 인정받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일류 신한’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사회공헌문화부를 ESG전략부로 이름을 바꾸고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두는 등 그룹 차원의 ESG 경영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업 대출을 심사할 때 ESG 등 비재무정보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1월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올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ESG경영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이 되겠다”며 “ESG 기반의 경영체계를 신속히 체화하고 더욱 확산해 지속가능 경영을 선도하는 모범 금융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자”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의 경영기획그룹 안에 사회가치본부를 신설했다. 사회공헌활동 프로세스를 새롭게 구축해 ESG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가치를 구체적 사업으로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ESG 경쟁에 나섰다.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에서 제정한 ‘책임은행 원칙’에 서명’하는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DJSI) 편입도 추진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들어 ESG경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다만 각 금융지주들이 ESG경영 의지 내세우면서도 환경오염의 대표적 원인인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KB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3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500억 원 규모의 포스파워 회사채 인수에 나섰다가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주요 금융사들이 ESG경영을 선언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지금까지 석탄발전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월 기준 시중은행이 석탄발전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해 남은 잔액도 60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1414억 원, 우리은행 1369억 원, 하나은행 1027억 원, IBK기업은행 967억 원, KB국민은행 864억 원, NH농협은행 371억 원 등이다.
금융회사들은 석탄투자를 줄여 나가면서 친환경투자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