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잇따른 전산장애 발생에 따른 고객들의 신뢰 하락으로 위탁매매시장에서 입지가 축소될까 긴장하고 있다.
토스증권 출범 등으로 위탁매매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키움증권은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24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홈트레이딩시스템 전산장애로 피해를 입은 계좌 수는 50개 미만, 피해금액은 약 10억 원인데 피해 발생 계좌마다 직접 연락해 보상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1일 새벽 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해외선물옵션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약 30분 동안 중단되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매매 중단으로 월물교체(롤오버)를 하지 못했고 선물 가격 하락에 따른 캐시콜(강제청산)을 당하는 등 투자손실을 입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틈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도 모두 4차례에 걸쳐 접속지연, 주문체결 내용 확인 오류, 잔고표시 조회 오류 등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규모가 작아 실적에 미칠 부담은 비교적 크지 않지만 잇따른 전산장애 발생과 피해자들의 반발로 키움증권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키움증권은 피해보상을 원활하게 마무리하고 이미지에 입을 타격을 최소화해 고객 이탈을 막고 위탁매매시장에서 위상을 지키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위탁매매시장의 최강자다. 2019년 말 기준 개인 위탁매매시장 점유율은 30.1%로 1위다. 3월에는 약 43만1천 개의 계좌가 신규 개설되면서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산장애 사태로 키움증권의 평판이 악화되고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개인고객들이 언제든지 다른 증권사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출범 예정인 토스증권이 위탁매매부문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위탁매매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는 16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위탁매매시장의 판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키움증권은 원활한 보상 처리와 더불어 전산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에도 힘을 더해 사태 재발을 방지하고 시장의 신뢰와 평판을 회복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산장애를 놓고 키움증권이 고객 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시스템 및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시선이 나온다.
유가 급락으로 키움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의 트레이딩시스템도 오류가 발생했다. 하지만 선물가격 손실 전에 매도하거나 즉각 시스템을 수정해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4월에만 3차례에 걸쳐 원유선물의 마이너스대 진입 가능성을 공지했지만 키움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적절한 대처에 나서지 않았다.
이와 함께 키움증권이 3월에 트레이딩시스템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에는 명확한 기준없이 일방적으로 산정한 보상안을 들고 피해자들과 합의에 나서면서 피해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등 사후처리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말도 나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부문은 모두 개선했다”며 “3월에 발생한 전산장애와 관련해서는 보상 협의를 모두 완료했으며 이번에도 피해자들과 원활하게 협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