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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아람코 공격적 원유 판매 덕에 한숨 돌려, 손실 회복은 역부족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4-17 1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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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 정유4사가 수익성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아람코의 판매정책 덕분에 2분기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저유가가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1분기 재고 평가손실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유4사 아람코 공격적 원유 판매 덕에 한숨 돌려, 손실 회복은 역부족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왼쪽),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에서 공격적 판매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아람코는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공시 판매가격(OSP)을 결정하는데 아시아에 판매하는 아랍 경질유(아랍라이트)의 5월 공시 판매가격을 배럴당 -7.3달러로 책정했다.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의 평균가격에서 7.3달러를 뺀 것이 아랍 경질유의 판매가격이라는 뜻이다.

업계에서 ‘파격적 가격 인하’라는 평가가 나왔던 4월 공시가격보다도 4.2달러를 더 낮췄다.

현지시각으로 16일 선물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장 마감가격은 배럴당 각각 21.71달러, 23.42달러, 19.87달러였다.

일반적으로 두바이유 가격은 서부텍사스산 원유보다 4~5달러가량 비싸고 오만산 원유보다 1~2달러 저렴하다. 이 때문에 아람코의 아랍 경질유는 서부텍사스산 원유보다 가격 경쟁력이 약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시아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저가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에너지시황 분석기관 오일프라이스(OilPrice)는 “러시아와 이란 및 기타 산유국들을 제압하기 위한 조치임이 명백하다”며 “아람코가 원유시장에서 파격적 할인으로 새로운 점유율 전쟁을 시작했다”고 논평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 정유4사에는 아람코가 아시아에서 펼치는 공격적 판매정책이 가뭄에 단비와 같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를 넘어선 주가 없다. 3월 셋째 주(3월16일~3월20일)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시차를 고려한 1달 후행 정제마진은 4월 둘째 주(6일~10일) -19.1달러까지 떨어졌다.

원유를 정제하면서 손해를 보는 상태가 계속되자 SK이노베이션은 정제설비 가동률을 85%로 낮췄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예정됐던 정기보수를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람코의 공시 판매가격 할인으로 국내 정유사들에 저렴한 원유의 도입을 늘릴 수 있다는 선택지가 생겼다”며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정제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긍정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아람코의 공격적 원유 판매정책에 따른 수익성 개선효과는 정유4사의 2분기 실적 개선으로 그칠 뿐 1년 농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정유4사는 이미 1분기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 재고의 평가손실을 대규모로 떠안았기 때문이다.

시장은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7255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한다. 에쓰오일 1분기 영업이익의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는 영업손실 4774억 원이다.

DB금융투자는 GS칼텍스의 1분기 적자규모를 5841억 원으로 추산했으며 대신증권은 현대오일뱅크가 1분기 적자 4782억 원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정유4사의 1분기 예상 적자 합산치는 2조2652억 원에 이른다. 2019년 1분기 영업이익 합산치인 1조318억 원과 비교하면 이익이 3조2970억 원 줄어든 것이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으로 2019년 12월 평균 배럴당 59.8달러에서 2020년 3월 30.8달러까지 떨어졌다. 4월 들어서는 배럴당 20달러선을 위협받고 있다.
 
정유4사 아람코 공격적 원유 판매 덕에 한숨 돌려, 손실 회복은 역부족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왼쪽),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이에 앞서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들의 모임(OPEC+)이 긴급회의를 열고 하루 원유 생산량을 970만 배럴 줄이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는 16일 보고서를 내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하루 원유 수요가 4월 2천만 배럴, 2020년 상반기 12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스태드에너지(Rystaad Energy)나 오일프라이스 등 민간 분석기관에서는 하루 원유 수요가 3천만 배럴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량이 예상 수요 감소분에 못 미치는 만큼 감산 합의가 저유가의 장기화 추세를 뒤집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예상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밑돈다면 정유사들 실적에 재고 평가손실이 추가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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