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생당 후보가 ‘호남정치 1번지’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5선에 실패해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총선 뒤 금배지를 떼고도 '호남 대통령’을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재기를 노릴까?
15일 오후 11시03분 기준 전남 목포 선거구 개표상황(개표율 24.25%)을 보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5.17%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하다.
박지원 후보는 39.27%, 윤소하 정의당 후보는 13.00%를 얻는 데 그쳤다.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14대 전국구의원에 이어 18, 19, 20대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하며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해뒀지만 민주당의 높은 지지세를 업은 정치 신인 김원이 후보에게 사실상 졌다.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 9단’ 등 화려한 별칭을 지니고 있는 만큼 여론조사 열세에도 막판 뒤집기를 기대했지만 이번 총선으로 정치인생의 최대 위기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하지만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호남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장”이라고 자부했던 만큼 다음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문재인의 성공도, 이낙연의 대권도 제가 있어야 하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뒤를 잇는 4기 진보정권의 호남 정치를 위해서라도 박지원을 '씨종자'로 살려둬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를 두 번째 전남 출신 대통령 후보로 꼽으며 ‘전남 대통령’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도 했다.
국회와 정당을 가리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판’을 흔들어본 정치 9단의 경험을 무기로 노련한 킹메이커 역할을 맡아 진보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정치 발걸음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민생당이 원외정당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역구도 및 진영구도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두 당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해진 만큼 박 후보가 설 자리가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민생당은 국민의당 시절 돌풍을 일으켰던 호남에만 3선을 지낸 후보들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후보를 내면서 '큰 일을 할 사람을 밀어달라'며 ‘인물론’을 내세웠지만 출구조사 결과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례대표도 전망이 암울하다.
KBS와 MBC는 민생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고 SBS는 민생당이 비례대표 0∼3석을 얻을 것으로 봤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등 호남을 거점으로 하는 3당이 합당해 탄생해 현역 의원만 20명에 이르는 민생당이 이번 총선을 끝으로 원외정당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민생당은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른바 ‘제3지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고향인 호남조차 더불어민주당에게 완전히 내주면서 박 후보가 설 자리도 크게 좁아진 것이다.
1942년에(만 79세) 태어난 ‘고령 국회의원’으로 박 후보가 이번 총선을 ‘마지막 총선 도전’이라며 배수진을 쳤던 만큼 이번 총선 패배로 내상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후보는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목포 문태고와 단국대 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해 1980년에 한인회 회장에 올랐다.
미국에서 망명하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하자 영주권을 버리고 함께 귀국해 정계에 발을 디뎠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등원했으며 국민의 정부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영원한 비서실장’이란 별칭을 얻었다.
참여절부 시절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르고 2007년 말 복권된 뒤 18, 19, 20대 총선에서 연이어 국회에 입성했다.
노련한 정치력과 친화력, 빼어난 정보력과 빠른 판단력 등을 두루 갖춰 ‘정치9단’으로 불린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