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가운데)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선거상황실에서 각 방송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가 정권심판론을 덮은 총선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부여당 지원론’에 힘입어 미래통합당을 제치고 압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15일 오후 10시30분 현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진행 상황(전국 개표율 48.7%)을 보면 민주당은 지역구 158석에 비례의석 17~21석을 더해 17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단독으로 넉넉히 과반을 확보하는 셈이다.
통합당은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소득주도성장 실패와 교착상태에 빠진 대북관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 경제와 안보, 공정성 문제를 앞세워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파상공세를 펼치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정권심판론과 관련한 모든 정치적 쟁점은 코로나19 사태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정부가 감염병 대응에 실패했다는 공세를 펼치며 통합당의 정권심판론에 힘이 붙는 듯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도 동반해 상승했다.
여기에 서울시와 경기도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다수의 국민에게 ‘현금성 복지’ 혜택을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책도 내놓아 민심이 움직였다.
긴급재난지원금 수혜대상 범위와 관련해 선별지급과 보편지급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지만 이마저도 선거국면에서 예산집행권을 지닌 정부와 여당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이슈였다.
총선 뒤에 지급하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면서 정부여당에게 불리할 수 있었던 감염병 확산 사태를 민주당의 선거 압승을 위한 구도로 바꿔 놨다.
통합당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복지예산에 '관권선거' '금권선거'라고 반발했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주도권을 쥐고 통합당이 들고 나온 정권심판론이 민심을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반면 통합당은 텃밭인 영남를 비롯한 보수지지세 결집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이날 10시30분 현재 120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이런 총선 결과는 민주당이 잘 해서라기보다 통합당이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선거 뒤 책임공방도 예고하고 있다.
통합당은 공천 잡음과 전략 부재로 참패의 씨를 스스로 뿌렸다.
통합당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겼다. 혁신공천을 통해 통합당 총선 승리 기틀을 만들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어설픈 공천혁신으로 통합당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
당내 중진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이 공천결과에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공천 잡음이 컸다. 인천 연수구을의 민경욱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는 하루 만에 공천결과를 2번이나 뒤집었고 부천병의 차명진 후보의 제명을 놓고도 허둥지둥하며 때를 놓치기도 했다.
여기에 과거 거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후보들에게 공천을 주는 등 선거 막판 막말사태를 자초하며 접전지역 부동층 표심을 민주당에게 헌납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거전략 부재도 통합당의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통합당은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뚜렷한 구심점 없이 민생현안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한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모든 국민에게 50만 원을 주자’고 주장한 황교안 대표와 이를 놓고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한다“고 일갈한 유승민 의원 사이 불협화음이 대표적 사례다.
선거 초반 ‘과반 의석을 노리겠다’며 자신만만했다가 선거 막판 ‘100석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읍소로 태도를 바꾼 점도 통합당 선거전략이 현상 대응에 급급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김종인 총괄선대본부장은 선거날 통합당의 1당에는 문제가 없다는 발언으로 통합당이 읍소전략에 어깃장을 놓았다.
여기에 당 지도부와 지역구 후보들의 연이은 말실수도 통합당의 발목을 잡았다.
황교안 대표는 “n번방 단순 관람자는 호기심 차원이니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키 작은 사람은 (비례)투표용지를 들 수도 없다”, “이 정부(문재인 정부)는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테러를 할지도 모른다”라는 발언 등을 내놔 논란을 자초했다.
이 밖에도 인천 연수구갑 정승연 후보의 ‘인천 촌구석’ 발언과 서울 관악구갑 김대호 후보의 “30대와 40대는 무지해서 논리가 없다” “나이들면 모두 장애인이 된다”, 경기 부평병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봉사자와 유가족이 광화문 광장 텐트 안에서 문란한 행위를 했다” 등 선거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쏟아진 통합당 후보들의 막말로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을 끌어오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