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B2C(기업 대 소비자)서비스의 주요 콘텐츠로 육성하던 가상현실(VR)서비스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코로나19 대유행으로 KT의 가상현실 B2C사업이 탄력을 받는 데 더해 가상현실서비스가 B2B(기업 대 기업) 영역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13일 KT에 따르면 KT의 가상현실 플랫폼 ‘슈퍼VR’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3월 슈퍼VR 이용자 수가 2월보다 60% 정도 급증했다”며 “비대면서비스와 관련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며 실감형 미디어 기반 콘텐츠가 생활의 필수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VR 이용자 수가 급증하는 것을 두고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콘서트, 전시회 등에 직접 참석한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에 슈퍼VR 콘텐츠 이용내역을 분석해보면 해외여행 콘텐츠들이 인기 콘텐츠 순위 상위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KT에 따르면 슈퍼VR 인기 상위 10위 콘텐츠 가운데 4개가 8K급 화질로 제공되는 여행 관련 영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고객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KT가 지속적으로 펼쳐왔던 가상현실 대중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T는 그동안 가상현실 대중화를 위해 이동통신3사 가운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KT는 중국의 피코(PICO)와 손잡고 이통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용 가상현실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와 플랫폼인 슈퍼VR을 출시했다.
또한 기기 구매가격의 부담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 요금제를 통한 할인혜택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롯데렌탈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 HMD 렌털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KT는 금호고속과 손잡고 고속버스 이용 고객에게 가상현실 HMD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KT의 미디어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임원은 “가상현실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가상현실 HMD의 가격”이라며 “가상현실기기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이용자를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상현실서비스를 B2C에서 B2B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비대면사회’로 전환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가상현실을 각종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학교와 학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원격수업, 사이버강의 등에 가상현실을 활용한다면 더욱 실감나는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교수, 교사들 사이에서 ‘혼자 떠드는 것 같아서 민망하다’며 온라인 수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 역시 가상현실을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방법 역시 확산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올해 안에 개장한다는 목표를 두고 개발하고 있는 ‘통합 온라인몰’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실감형서비스를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한샘 역시 한샘의 가구를 통해 리모델링된 집을 가상현실을 통해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온라인쇼핑몰 ‘한샘몰’에 도입했다.
기업들 사이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현실이 ‘비대면 업무협약’을 돕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KT는 최근 대만 통신사 FET와 5G통신 콘텐츠 관련 협력을 진행하면서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기기를 활용해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KT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과 장르를 결합해 프리미엄 가상현실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며 “대한민국 대표 가상현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생태계를 이끌면서 다른 산업의 혁신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