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국 기자 dkahn@businesspost.co.kr2020-04-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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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 원내 1당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지역구에서 130석 이상을 획득하고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의석의 절반 이상을 쓸어담아 단독 과반을 확보한 원내 1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삼킨 데다 공천을 둘러싼 논란과 선거운동 막판 황 대표를 비롯 후보들의 막말이 이어져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고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이어서 통합당이 앞세우고 있는 ‘정권심판론’이 먹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253개 지역구 의석 가운데 당초 130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지역구 목표 의석 수를 110~130석으로 낮춰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이진복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10일 열린 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이 썩 좋아진 게 없어서 걱정하고 있다”며 “지역구 130석을 과연 차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지역구 의석 목표 수를 낮춘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의 ‘정부·여당 지원론’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 지원론’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50.3%, ‘정부·여당 심판론’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41.0%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선거 막판 빚어진 통합당 황교안 대표(서울 종로구)의 ‘n번방 호기심 발언’, 김대호 후보(서울 관악구갑)의 ‘3040세대 비하 발언’, 차명진(경기 부천시병)의 ‘세월호 막말’ 논란 등이 수도권을 비롯해 전체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합당은 8일 이후로 자체 판세 분석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30~40석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총선 성적인 35석(서울12, 경기19, 인천4)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원내 1당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의 자체 판세 분석에 따르면 통합당은 서울 전체 49곳 가운데 13곳을 우세 또는 경합우세 지역으로 판단했다. 접전을 펼치는 경합지역은 10곳, 경합열세 또는 열세를 보이는 지역은 26곳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강남3구(8석)를 비롯해 동대문을(이혜훈), 중·성동갑(진수희), 양천갑(송한섭), 강동갑(이수희), 용산(권영세) 등에서 선전을 기대한다.
서울 내 주요 격전지로 주목받는 동작구을(나경원 후보), 광진구을(오세훈 후보) 등에서는 근소한 차이의 열세라는 평가가 있지만 극적인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통합당은 경기지역 전체 59석 가운데 남양주병(주광덕), 여주·양평(김선교), 성남 분당구갑(김은혜), 분당구을(김민수) 등 11곳을 우세권(우세+경합우세), 15곳을 경합, 33곳을 열세권(열세+경합열세) 지역인 것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그동안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통합당이 우세권으로 평가한 남양주병 등 대부분의 지역은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천에서는 중구·강화·옹진(배준영)과 연수구을(민경욱) 2곳을 우세 또는 경합우세로 남동구갑(유정복), 부평갑(정유섭), 서구갑(이학재) 등 4곳은 호각세로, 나머지 7곳은 열세 또는 경합열세로 봤다.
하지만 목표한 30~40석을 얻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우세권으로 판단한 26곳 대부분에서 승리하고 경합지역 29곳 가운데 절반 이상 이겨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수도권 전체에서 열세권으로 보는 지역은 12곳에 불과해 선거 결과가 통합당의 뜻대로 나오기는 쉽지 않고 있다.
통합당은 안방이나 다름없는 대구·경북에서의 싹쓸이와 통합당 지지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에서 압승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25곳 가운데 무소속 홍준표 후보가 출마한 대구 수성구을(이인선)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전체 40곳 가운데 부산 14곳, 울산 5곳, 경남 11곳 등 모두 30곳을 우세한 지역으로 꼽았다.
자체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통합당은 영남지역에서 전체 65석 가운데 55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충청권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4대 13으로 지역구를 나눴을 만큼 특정 당이 절대적 우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승패를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통합당은 대전 3곳, 충남 7곳, 충북 6곳을 우세 또는 경합우세 지역으로 분석했다. 세종의 2곳 가운데 세종갑(김중로)은 경합, 세종을(김병준)은 열세 또는 경합열세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광재 지사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강원도에서는 19대와 20대 총선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둘 것으로 바라본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강원 전체 9석 가운데 9석을,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전체 8석 가운데 6석을 통합당계 정당이 석권했다.
호남·제주지역은 민주당의 싹쓸이도 예상 되는만큼 통합당이 1석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통합당은 제주에서 1곳을 경합지역으로 분류한 것을 제외하면 광주·전남·전북에서 출마자를 낸 모든 지역을 열세로 판단하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민주당의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앞설 것으로 보이나 목표로 내건 26석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총괄선대위원장은 3월 말 비례대표 목표 의석수를 26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얼미터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미래한국당은 28.7%, 더불어시민당은 23.8%, 열린민주당은 14.6%의 지지를 받았다.
정의당은 7.5%, 국민의당은 4.5%, 우리공화당은 1.6%, 민생당은 1.5%이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기타 정당'과 '무당층'을 뺀 나머지 정당의 지지율 합이 100%가 되도록 조정한 뒤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하면 미래한국당은 18석을 차지하게 된다. 더불어시민당은 14석, 열린민주당 8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2석 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9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뉴시스의 의뢰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6.4%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대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