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4일 고성군에서 발생한 강원도 산불로 주택을 잃은 이재민들의 64%가 주택이 복구되지 않아 임시주택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산불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올해 4월4일 기준 미귀가자는 430가구로 982명(전체 이재민의 64%)에 이른다. 273가구 609명은 임시조립주택에서, 157가구 373명은 임대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원도 산불은 한국전력의 속초지사가 관리하던 전신주와 강릉지사가 담당하는 배전센터의 문제였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1년이 지나도록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보상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전력은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말 9차 협상에서 최종 피해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 1월 행정안전부가 한국전력을 대상으로 관련법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행안부는 한국전력이 산불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니 정부가 이재민에게 먼저 지급한 돈을 '재난안전법'에 근거해서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이 정당한 청구행위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이재민 조립주택 단지를 찾아 구상권과 관련해 "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진 장관은 "한국전력과 이재민, 정부와 고성군, 강원도가 다 지혜를 모아야 하고 이재민의 생각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관이 모든 것을 결론내는 것도 아니다"며 "법이 있고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산불 이재민에게 선지급한 금액은 400억 원 가량이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구상권 행사에 따라 이 금액을 행정안전부에 돌려주면 그 금액만큼은 이중지급이 되기 때문에 이재민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구호금을 구상권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한국전력에게 떠넘겨서는 안되고 일부 국가책임과 의무도 따져야 한다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한국전력은 정부로부터 '구상권 행사'의 공문을 받은 뒤 아직까지 구체적 방안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지 못해 보상금 지급 절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산불 원인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당시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외부적으로도 원인이 있었던 만큼 보상금 전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국가도 국민의 구호를 지원할 의무가 있으니 조율해야 하고 조율이 끝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보상급 지급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민들은 정부의 지원은 국민보호 차원에서 지급된 것이고 이와 별도로 한국전력은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에서 합의한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불이재민 단체인 4·4산불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한국전력 속초지사 앞에서 “지난해 4월4일 한국전력 전신주 개폐기에서 발화된 산불에 2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재산이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며 “그러나 한국전력은 1년이 지나도록 사망자 보상은 물론 이재민 보상도 구상권 틀에 가둬놓고 배상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강원도 산불과 관련한 피해 복구는 복지시설, 수산, 이재민 구호 등 3개 분야에서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주택·부속사, 농·축산, 관광·체육, 산림, 폐기물, 수질보전 등 6개 분야는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산불로 2명이 숨지고 658가구 153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불에 탄 산림은 2832㏊에 이르고 재산피해는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을 포함해 129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