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소액주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획기적 기회이자 재벌개혁의 시작점이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한진그룹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민주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채 의원은 1997년도에 장하성 당시 고려학교 교수의 수업을 듣고 소액주주 운동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 때부터 재벌개혁과 관련한 시민운동에 관심을 품게 됐다고 한다.
1998년부터 참여연대에서 간사활동을 시작해 2016년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까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다.
-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진그룹에 관심을 지니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시민운동을 하면서 아침에 출근해 항상 모든 그룹의 공시를 봤다.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나 불법적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한진그룹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다가 2016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한진해운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양호 전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게 됐다. 그 때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지적하면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채 의원은 2016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에게 총수일가들의 개인회사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의 내부거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채 의원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모두 고발했지만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고발한 이유는 두 사람이 등기이사나 경영진으로 재직하던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항공의 고위 임원들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이 프랑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밝혀졌고 프랑스 법원도 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검찰에 요청하면 자료 협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두 사람이 리베이트 수수의혹과 관련이 없다면 당당히 수사에 협조해 오너 일가는 결백하고 비자금도 조성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면 된다“
채 의원은 3월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채 의원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대한항공과 1996년부터 2000년까지 10대의 A330 항공기 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대한항공 전직 고위임원에게 1500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하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174억 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전달했다.
-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과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기업의 지배구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바뀌거나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은 정관을 변경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정관변경 관련 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사람도 바뀌지 않았다. 오너일가를 감시할 외부인사가 들어와야 하는데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이 추천한 외부인사는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결국은 시스템도 바뀌지 않았고 사람도 바꾸지 못했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채 의원은 주주연합이 한진칼에서 제출했던 정관변경 안건이라도 찬성표결을 해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 조원태 회장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지켰지만 분쟁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주연합이 조원태 회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사이에 누가 더 우월한지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소액주주들에 의해 경영권이 교체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획기적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벌개혁의 큰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주주연합이 더 치밀하게 준비해 더 많은 주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채 의원은 조원태 회장이 거버넌스위원회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한다고 했지만 정관변경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혁신에 불과하다고 바라봤다.
- 이번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결정했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나?
“20년 넘게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하다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도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공정한 경쟁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꼭 정치활동과 접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원래 직업이 회계사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파수꾼이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채 의원은 1975년 1월2일 태어나 계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에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간사로 활동했으며 2001년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일회계법인 금융본부에서 근무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시민활동 과정에서 느꼈던 문제점과 관련한 해결책을 법안에 반영하도록 노력해 2011년 상법개정과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에 힘을 보탰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회계사로서 경험을 살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면개정안을 내는 등 활발한 입법활동을 지속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