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싱가포르에 항공기 리스회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만큼 항공업계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항공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항공기 리스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항공기 리스법인 설립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설립시기 등 자세한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여파에 항공기 신규리스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1분기 안에 싱가포르에 항공기 리스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산업이 침체된 만큼 항공기 리스회사를 설립해 항공기금융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던 미래에셋대우의 계획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홍콩과 런던 등 해외법입을 통해 항공기 리스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다.
항공기리스사업은 항공기를 인수해 항공사들에게 임대하고 리스료를 받거나 항공기를 되팔아 매각차익을 내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은 2015년부터 두바이 국영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에 운용리스방식으로 제공했던 항공기 2대를 2019년 일본계 리스회사에 매각했다. 15%가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수익성이 높은 항공기금융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아시아나항공과 협업을 통해 항공기금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 11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했다. 5천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5%를 취득했다.
2019년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84대 가운데 직접 소유한 항공기는 20대이며 나머지 64대는 리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3분기 리스계약에 따라 1년 안에 지급해야 하는 최소 리스료가 8785억 원에 이른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리스를 확보해 국내 항공기금융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에 항공사의 항공기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항공기 리스 수요도 감소하는 만큼 미래에셋대우로서는 항공기 리스회사를 설립한 뒤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기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북미, 유럽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어 항공기시장 침체가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항공기 수주 및 인도 자료에 따르면 2월 보잉은 항공기 17대를 인도했고 수주했던 항공기 가운데 28대는 주문이 취소됐다. 에어버스는 48대를 인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운송 수요가 급감하며 중국 항공사들은 물론 케세이퍼시픽, 노르웨이ASA 등 항공사가 항공기 인도일정을 미루거나 주문을 취소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항공기금융은 거래기간이 긴 특성상 단기 이슈에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항공기 리스법인 설립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