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헌 만도 대표이사가 노조를 상대로 주물공장 외주화를 설득하는 일을 첫 과제로 짊어지게 됐다.
노동자에게 외주화는 사실상 일자리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김 대표가 노조를 설득하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만도에 따르면 만도는 브레이크사업부문 수익성 악화로 주물공장의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만도는 국내에 평택, 익산, 원주 등 3곳 공장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원주공장이 주물작업을 맡고 있으며 90여 명이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만도 노사는 주물공장 외주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3월17일까지 모두 6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노사관계 전문가’로도 통하는 데다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에도 고용안정위원회 사측 대표를 맡아 노조와 꾸준히 소통해온 만큼 회사 안팎에서 이번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힌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만도 노경협력실장을 지낸 뒤 이후 2019년까지 8년 동안 만도코리아(MDK) 노경협력센터장을 역임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노조와 논의를 원활히 이어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물공장 외주화 추진에 희망퇴직과 전환배치 문제가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만큼 노조의 반발도 클 수밖에 없다.
자칫 노조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채로 외주화를 추진했다가는 구조조정을 강행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노조의 신뢰도 잃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주물공장 외주화를 진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비용부담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는 등 6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나 질문에 성실하게 대응하며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만도가 지금껏 단 한 번도 노사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둔 적이 없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김 대표에게 노 문제 관련 권한을 일임한 것인 만큼 책임감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몽원 만도 대표이사 겸 한라그룹 회장은 2008년 만도를 되찾은 뒤 안정적 노사관계를 핵심 경영과제의 하나로 꼽아왔는데 자동차업황 악화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노사관계 전문가’인 김 대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도는 20일 오전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주주들에게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만도는 기존 정몽원 회장과 탁일환 사장의 2인 각자대표이사체제에서 3인 각자대표이사체제로 바뀌었다.
김 대표는 1961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만도 노경협력실장과 마이스터 일반사업실장, 만도코리아(MDK) 노경협력센터장, 만도 노사협력센터장 등을 지낸 뒤 코리아ER센터장 겸 센트럴구매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