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지주회사 HDC가 핵심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을 계속 확보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이 계속 높아지면 HDC는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인식하면서 외형이 크게 변할 수도 있다.
5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날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시작한 3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치면 대주주인 HDC의 지분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DC는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36.4%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이 38.5%에 이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유상증자를 기존 주주에게 우선 청약할 권리를 준 뒤 실권주를 일반에 공모하는 ‘주주 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유상증자에 기존 주주가 모두 참여하면 HDC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8.5%로 유지된다. 하지만 기존 주주 청약에서 실권주가 생긴다면 HDC는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실권주가 나오면 기존 주주가 20% 범위에서 추가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는데 HDC는 추가 청약을 신청했다.
HDC가 추가 청약물량을 확보하면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39.5%로 늘어나게 된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41.0%에 이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현대산업개발에서 사업회사로 분리돼 출범한 직후인 2018년 6월 기준 HDC의 지분율은 7.0%에 그쳤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는 지분 13.4%를 보유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분할 직후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HDC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HDC의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33.0%로 늘었다.
HDC그룹은 최근 순환출자고리를 끊기 위해 HDC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하고 있던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3.4%를 전량 매각했는데 이 물량을 HDC가 받으면서 현재 지분율인 36.4%를 갖췄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그룹의 추가 지원을 받는다면 HDC의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나 손자회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할 때가 많다.
두산그룹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건설을 향한 지분율이 2008년 39.8%에 그쳤는데 이후 유상증자 방식의 자금지원을 지속해 결국 지난해 말 두산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HDC가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나온다.
HDC는 현재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HDC현대산업개발을 연결회사가 아닌 지분법 적용 투자회사로 분류해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HDC는 기업 의결권의 과반수를 소유했느냐를 실질적 지배력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지분율 50%가 절대적 기준이 아닌 만큼 그 전이라도 지분율 변동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대기업집단이 기업 의결권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주요 자회사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SK는 자회사 SK텔레콤을 향한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이 26.8%, 한화는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향한 지분율이 33.3%에 그치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해 자회사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끌어온다.
HDC가 연결기준으로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을 인식하면 당장 매출이 3배가량, 아시아나항공까지 더하면 10배 이상 커지게 된다.
HDC와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각각 1조6천억 원, 4조2천억 원, 7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HDC는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HDC아이파크몰, HDC현대EP 등 지분율이 높은 주요 계열사들은 연결실적으로 인식한다.
HDC가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인식하면 외형 확대에 따라 재평가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건설업과 항공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부채 확대에 따른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HDC 관계자는 “유상증자 일정이 진행 중인 만큼 HDC의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며 “자회사 실적을 연결기준으로 인식할지는 외부감사인이 회계기준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