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2-21 16: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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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들이 공익을 위해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뒷감당'은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공익제보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보호와 보상 등을 강화하면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실제적 효과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2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은 횡령·회계부정, 교직원 특혜채용, 입학·성적 관련 부정청탁 등 사학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비리 등을 신고한 공익제보자의 비밀보장과 보호·보상을 강화하면서 공익제보를 활성화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제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공익침해행위 여부의 판단근거가 되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1월31일 국회에 제출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적용되는 기존 284개 법률에 국민생활과 밀접한 법률을 추가해 모두 423개로 늘렸다.
개정안에는 병역법, 단말기유통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141개 법률이 공익침해행위 및 공익제보자 보호의 규정 대상 법률로 추가됐다.
공익제보자가 조직에서 잘못하고 있는 점, 중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를 독려하고 있으며 공익침해의 범위도 늘려가고는 있지만 제보 이후에 공익제보자들에게 돌아오는 불이익 등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어 제보자들이 제보를 후회하고 힘든 상황에 놓이는 일이 많다.
특히 공익제보자들이 제보 이후 신분 공개 등으로 비밀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총장의 모친상에 직원들을 동원해 일을 시켰다는 내용을 공익제보자가 언론사에 알린 것과 관련해 대학 내부에서 제보자를 색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학교 총장이 모친상을 치르는 동안 교직원들이 장례식장에서 잡무를 도운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학교 측은 자발적으로 일을 도운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장례식에서 일한 교직원들은 "동원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성균관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누가 제보했을지 탐문하며 찾고 있다”며 “이번 언론보도로 잘못된 내부 상황이 알려지고 이를 통해 반성과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도리어 제보자를 꼭 찾아내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더 답답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 일한 공익제보자는 "조직 내부의 잘못을 언론에 제보한 뒤 그 조직 관계자가 언론에 제보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지속해서 연락을 하고 협박성 발언을 해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려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는 있지만 내부에서 제보자를 색출해 비공개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과 관련해서는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2018년 변호사 대리신고 제도가 마련되기도 했다.
변호사가 공익신고절차를 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익명신고로 신분 노출을 막는 장점과 정확히 알고있는 내부자의 증언이라는 기명신고의 장점을 살리는 절충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기본법률인 공익신고자보호법도 이미 2011년에 제정됐다.
이 법에 따르면 공익제보자는 비밀보장, 신변보호, 책임감면, 불이익조치 금지 등을 받을 수 있다.
공익제보자의 인적사항이나 이를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금지된다. 또 조사결과 공익침해행위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신고내용 자체도 비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공익제보로 문제점이 노출된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는 공익제보자를 '내부고발자' 또는 '배신자'라고 여기면서 비공개적으로 제보자를 색출하고 음성적 불이익을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익제보자들은 쉽게 신분이 노출되고 기관이나 회사로부터 역으로 고소를 당하거나 비공개적 불이익을 받는 일이 많다"며 "관련 법의 보호조항이나 공익제보자를 공격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조항들이 강력하지 않기도 하고 음성적 불이익이 벌어지는 것을 막는 것도 어려워 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는 그동안 부패·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제도 개선에 힘써왔다"며 "신고자를 보호하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더욱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