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궁지에 몰렸다.
정 장관은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이라는 건배사를 했다. 최 장관은 당정협의에서 “내년엔 3% 중반 성장시켜 당 총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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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
야당은 두 사람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7일 최 경제부총리와 정 장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사람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제9조)와 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등 금지조항(제 85조)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에 고발한 것이다.
정 장관은 25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앙 연찬회 만찬자리에서 맥주가 든 종이컵을 들고 “제가 ‘총선’을 외치면 ‘필승’을 외쳐달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 자리에는 60~7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최경환 부총리와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행정자치부장관이 집권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을 외친 것은 신분을 망각한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공정선거 의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정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탄핵까지 당했다”며 “(정 장관이) 총선 필승을 말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덕담 수준의 건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자부 관계자도 “잔칫집 분위기에서 덕담하겠다고 한마디 한 것으로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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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정 장관이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KBS라디오 출연해 “장관께 확인해 본 결과 아무 생각 없이 덕담 수준에서 한 것이었지만 선거 주무 장관으로서 여러 가지로 적절치 않은 표현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25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를 하던 중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3% 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서 여러 가지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과 함께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정치적 목적과 연계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 부총리의 발언은 국가 정책을 새누리당의 총선에 도움되게 하기 위해 운용하겠다는 것으로 지극히 위험한 발상일 뿐만 아니라 명백히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수석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두 장관 발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두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 탄핵, 검찰고발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는 거세게 반박하고 있다. 그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선거법 위반' 공세와 관련해 "저는 유감 표명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경제부총리가 경제 살리기를 열심히 하겠다는데 선거법 위반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주장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