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선박연료로 쓰는 ‘LNG벙커링’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채 사장은 2020년 1월부터 시행 중인 국제해사기구의 선박배출물 규제에 발맞춰 LNG벙커링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LNG벙커링은 액화천연가스를 선박용 연료로 주입 또는 충전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로 LNG가 기존의 벙커씨유 등을 대체할 선박연료로 떠오르고 있어 LNG벙커링 관련 사업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LNG벙커링 수요가 2025년 연간 7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노르웨이선급도 LNG벙커링 설비시장 규모가 같은 기간 31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고려해 채 사장은 LNG벙커링 분야에서 2030년 연간 매출 1조 원을 창출하겠다는 중장기 목표 아래 관련 시설 구축에 힘쓰고 있다.
채 사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도 “국제해사기구의 선박배출물 규제에 대안이 될 LNG벙커링 등의 친환경 연료전환사업을 적극 펼치겠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기존의 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 4곳 가운데 경기 평택과 경남 통영에 ‘트럭투십’ 방식을 통한 LNG벙커링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트럭투십은 탱크로리에 액화천연가스를 싣고 부두까지 가서 선박에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연료 주입량이 비교적 적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고려해 가스공사는 충남 당진에 지어지는 다섯 번째 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에 ‘십투십’ 방식의 LNG벙커링 선적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십투십은 액화천연가스 선박이 항만에서 짐을 내려놓거나 싣는 동안 LNG벙커링 전용 선박이 연료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주입량 측면에서 효율이 높다고 평가된다.
가스공사는 부산항만공사와 손잡고 부산항 신항에 LNG벙커링 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에도 중장기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2020년 1월 LNG벙커링 겸용 선박인 ‘에스엠 제주 LNG 2호’의 운항도 시작됐다. 이를 통해 가스공사는 아시아 최초로 LNG벙커링 선박을 운용하게 됐다.
가스공사는 민간기업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해운과 합작법인을 세워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의 LNG벙커링 선박 용선작업에 함께 참여할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그룹과도 LNG벙커링과 관련된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모든 선박에 쓰이는 연료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기존의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액화천연가스는 선박연료로 쓰일 때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다. 질소산화물도 기존의 최대 80%, 미세먼지는 90%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등 다른 오염물질도 적다.
다른 대응방안인 저유황유(황 함유량 0.5% 이하)나 스크러버(탈황장치)보다 초기비용은 많이 들지만 가장 친환경적인 데다 추가 규제에 걸릴 가능성도 낮다.
이 때문에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LNG벙커링 시장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벙커링 분야의 선도적 투자를 통해 산업 초기의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액화천연가스 선박시대를 선도하면서 선박연료로서 액화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