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에 소속된 경마기수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 문중원 기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마사회의 구조와 노동실태 조사 보고회'를 열고 전·현직 경마기수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마사회의 구조와 노동실태 조사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집계된 경마기수 재해율은 72.7%로 나타났다.
서울, 부산·경남, 제주 지역에서 일하는 전체 기수 121명 가운데 88명이 다쳤다. 2019년 3분기까지 다친 기수도 77명으로 집계됐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은 "기수는 낙마 등으로 인해 늘 높은 재해 위험에 노출된다"며 "그런데도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위험한 상황에 놓여서도 기승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는 "기수의 재해는 대부분 기승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발생한 재해의 책임을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말을 선택할 수 없는 하위권 기수가 더 자주 다치고 충분히 치료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다시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기수들이 스포츠선수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데 더해 노동자로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시민대책위는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안전상의 이유로 조교사의 기승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표준 기승 계약서에 경주 기승과 조교 보조를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을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대책위는 "부당지시를 거부했을 때 불이익을 금지하는 조항도 추가해야 한다"며 "특정 기수에게 기승 기회를 주지 않는 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일이 없도록 1년 동안 출전해야 하는 최소 경기 수를 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문중원 기수는 2019년 11월 마사회의 마방 운영 등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