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콘텐츠 경쟁력이 LG헬로비전의 아날로그TV 가입자를 디지털TV 가입자로 전환하는 ‘디지털 전환’ 작업에 무기로 쓰일 수 있다.
▲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이사.
유료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전용 콘텐츠를 주문형 비디오 형태로 디지털 고객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게 되면 LG헬로비전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전략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V시청 형태가 '실시간 시청'에서 '목적 시청'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콘텐츠가 풍부해지면 아날로그TV 가입자가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를 이용할 있는 디지털TV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목적 시청이란 TV를 켜서 채널을 돌리다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시청하는 예전 시청행태와 달리 특정 시간에 특정 프로그램을 보겠다고 계획을 세워 시청하는 행태를 말한다.
시청 시간대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주문형 비디오는 목적 시청을 위한 가장 대표적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현재 아날로그TV를 사용하고 있는 주고객층이 TV 요금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상품에 가입한 신혼부부, 노인층 등이라는 것을 살피면 LG유플러스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아이들나라, 브라보라이프 등 유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콘텐츠들이 디지털 전환의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 서비스인 LG유플러스TV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가운데 47%가 아이들나라를 보기 위해 LG유플러스TV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송 대표는 LG유플러스에서 콘텐츠를 통한 인터넷TV(IPTV) 활성화를 주도했던 인물로 콘텐츠를 매개로 한 디지털 전환작업에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는 LG유플러스에서 CJ헬로인수추진단을 맡기 전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 사업을 총괄하는 홈·미디어부문장을 맡았다. 아이들나라, 넷플릭스 제휴 등의 콘텐츠 전략이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사업 전성기를 이끌었을 때가 바로 송 대표가 홈·미디어부문장을 맡고 있었던 시절이다.
LG유플러스 역시 LG헬로비전의 콘텐츠 강화전략에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 브라보라이프 등 LG유플러스TV의 콘텐츠 뿐 아니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5G통신 관련 콘텐츠들 역시 LG헬로비전의 디지털 고객들에게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019년 11월 통신·방송 콘텐츠 육성에 5년 동안 2조6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CJ헬로(현재 LG헬로비전)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뒤 CJ헬로 고객들에게도 LG유플러스의 혁신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과 관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G헬로비전은 CJ헬로 시절부터 수익성 향상을 위해 계속해서 디지털 전환작업을 추진해왔다. 케이블TV시장 규모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은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을 늘리는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2019년 3분기 기준 LG헬로비전 디지털TV 가입자들의 가입자당 평균수익은 9617원으로 케이블TV 전체 가입자들의 가입자당 평균수익 7353원보다 2400원 정도 높았다.
한쪽에서는 LG헬로비전의 디지털 전환작업이 LG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장기적으로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 가입자로 전환하기 위한 밑거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헬로비전의 아날로그TV상품과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상품이 약 2배 정도의 가격차가 나는 것과 달리 디지털TV상품과 인터넷TV상품은 가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LG헬로비전의 디지털TV가 가격 차이 때문에 아날로그TV에서 인터넷TV로 옮겨타기를 거리는 이용자들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TV 이용자들은 주문형 비디오(VOD) 등 디지털콘텐츠에 익숙해 아날로그TV상품 사용자들보다 인터넷TV상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LG헬로비전은 케이블TV 가입자를 인터넷TV 가입자로 전환하려 한다는 방송통신업계의 관측을 놓고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를 인터넷TV 가입자로 전환하거나 가입을 유도하려는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며 "LG유플러스와 사업적 시너지를 내는 한편 독립된 법인으로서 자체적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