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그룹들이 앞다퉈 청년 일자리 창출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이 백수)’ ‘청년고용 빙하기’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주요 그룹들의 이런 움직임은 일단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주요 그룹들의 일자리 창출약속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진정성과 고통분담 의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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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
2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이 속속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2년 동안 1천 억원을 투자해 3만 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전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향후 2년 동안 2만4천 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한화그룹은 2017년까지 1만7569개, 롯데그룹은 2018년까지 2만4천 개의 일자리를 각각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해마다 1천 개씩 청년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10대 그룹 가운데 6개 그룹이 앞으로 약 10만 명에 육박하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셈이다.
문제는 일부 그룹의 경우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뽑던 인원에 늘어난 인원을 더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부풀려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올해부터 2만4천 명의 청년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기존의 연간 신규채용 인원(2014년 기준 4150명)을 감안하면 실제 늘어나는 규모는 4년 동안 7400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화그룹도 올해부터 2017년까지 1만7569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채용 인원(2014년 기준 4500명)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늘어나는 인원은 4337명에 그친다.
게다가 실제 늘어나는 인원의 대부분도 직접 고용이 아니라 인턴이나 직무교육이나 창업교육 대상자들이다.
삼성그룹은 3만 명의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직접고용은 1만 명으로 제한했다. 나머지 2만 명은 채용 연계형 직무교육(고용디딤돌)과 비전공자 소프트웨어 교육, 창업컨설팅 등으로 채웠다.
SK그룹의 경우 2만4천 명에 이르는 청년 일자리 창출계획에서 직접 고용은 단 한 명도 없다.
주요 그룹들은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뒤 앞다퉈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화답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일자리 창출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나온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한 그룹의 관계자는 “청년고용 확대 취지에 공감하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람을 더 뽑는 것은 어렵다”며 “직무교육이나 인턴십 등으로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간접적 방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해명조차도 궁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그룹들의 사내유보금이 갈수록 쌓여가는 상황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고통분담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5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무려 503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1%인 5조 원만 써도 1인당 인건비 5천만 원 기준 10만 명을 새로 뽑을 수 있다. 사내유보금을 활용하면 주요 기업들이 내건 청년고용 10만 명 약속도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내놓은 청년 일자리 창출대책이 임금피크제의 과실만 취하고 고용확대는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니기를 바란다”며 “진정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임금피크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내유보금을 재원으로 직접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