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1월3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농협중앙회> |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두 팔을 힘차게 치켜 올렸다.
4년 만의 재도전에서 승리이자 첫 경기지역 출신 회장으로서 '농민대통령'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31일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이 당선자는 1차 투표에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비교적 여유있는 표차로 당선됐다. 2016년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결선투표에서 김병원 전 회장에게 밀렸던 것과 대비된다.
농협중앙회장이 선출직으로 전환된 1988년 이후 경기지역의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은 강원도 원주(1대 한호선), 충남 아산(2대 원철희), 경남 밀양(3대 정대근), 경북 경주(4대 최원병), 전남 나주(5대 김병원)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선거 전부터 경기지역 후보가 농협 회장이 될 때가 됐다는 지역여론이 일었다.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농업환경 악화에 대응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회장선거 직선제 전환 등 농업계의 요구를 이행하는데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대의원 조합장들에게 약속드렸던 여러가지 공약사항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이 제시했던 공약들도 수용해 협동조합이 올곧게 가도록 하겠다”며 “귀를 열고 협동조합이 농민의 곁으로 조합원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등 농업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공약에서도 농업인 월급제와 농업인 퇴직금제, 농민 수당 등을 주요공약으로 제시했다. 안정적 농가소득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농정 지원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농협이 직접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농협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거나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불법·혼탁 선거 논란을 해소하고 간선제 방식에서 직선제로 전환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식적 선거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괴문서가 유포되고 각종 비위와 관련한 첩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되는 등 혼탁선거 양상이 반복됐다.
혼탁선거가 반복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간선제를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총선 이후 직선제 전환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이 당선인은 ‘함께하는 농협’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농협중앙회와 계열사가 모든 사업을 농·축협 중심으로 함께 추진해 상생하는데 중앙회 경영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제값 받고 안정적으로 팔 수 있도록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유통 체계를 개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협중앙회장은 공식적으로는 비상임 명예직이나 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한 31개 계열사 대표 인사‧예산‧감사권을 지니고 있어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농민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당선인은 1949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났다. 장안대학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 고위자연자원정책과정을 수료하고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감사인과정을 이수했다.
1971년 성남 낙생농협에 입사해 상무·전무를 역임하고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조합장을 3번 역임했다. 2010년까지는 농협중앙회에서 이사를 맡기도 했다.
농협보험최고전략위원회 위원,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운영협의회 위원과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등 요직을 역임해 농협 내부의 생리에 밝고 실무 경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은 2월1부터 4년 단임제로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식은 2월3일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