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올해 남양유업을 공개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하면서 남양유업이 받을 직접적 배당확대 압박은 크게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의 배당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당장은 국민연금의 직접적 사정거리에선 벗어난 셈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양유업에 꾸준히 배당 확대 압박을 넣어왔다.
연결 순이익 기준으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총액)은 2015년 3.2%, 2016년 2.3%, 2017년 17.0%다. 국내 상장사 평균치인 30%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국민연금은 2016년 6월 남양유업을 ‘기업과의 대화 대상기업’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17년 비공개중점관리기업, 2018년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각각 지정했다.
지난해 2월에는 ‘배당정책을 담당할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주주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남양유업은 배당 확대가 대주주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결과를 낳는다며 이를 거부하고 이전과 같은 배당정책을 유지했다.
남양유업은 배당보다는 사내유보금을 장기 투자재원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다.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재무구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내유보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국민연금으로부터 배당 확대 압박을 받았던 현대그린푸드, 현대리바트, 광주신세계, 한국공항 등이 주당 배당금을 2배 이상 올린 것과 비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올해 남양유업을 공개중점관리기업에서 제외한 것은 2018년도 배당총액(8억5500만 원)은 변하지 않았지만 2018년 남양유업의 연결기준 순이익이 20억 원으로 60% 가까이 급감하면서 수치상 배당성향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의 2018년도 회계연도 배당성향은 42.4%로 상장사 평균을 웃돌았다. 다만 배당 수익율(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 비율)은 0.2% 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지난해 남양유업의 연결기준 순이익이 반등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2018년도와 같은 배당총액을 결정하면 배당성향은 다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은 2019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 순이익 241억 원을 냈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423.9% 급증했다.
2018년에 수십억 원대 손실을 봤던 미래에셋밸런스Q사모증권투자신탁1호(사모단독펀드)가 지난해에는 상당한 투자수익을 거둔 데다 남양유업의 부동산 매각 등으로 260억 원가량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에 판매관리비와 법인세 등 비용을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순이익 규모는 일부 줄어들겠지만 배당총액이 그대로 유지되면 배당성향은 10% 후반대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이 올해 남양유업을 공개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여지’를 줄 수 있는 셈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갑횡포' 논란으로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TV광고를 집행하고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배당문제로 국민연금의 감시망에 이름을 올려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양유업이 최근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본업에서 거두는 순이익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일회성이익에 따른 순이익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홍원식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53.85%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로 국민연금 6.11%, 외국계 퍼스트이글펀드 5.55%, 신영자산운용 5.72%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최대주주가 지분 과반을 보유하고 있어 지분율상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이 남양유업 오너일가의 뜻을 꺾을 방법은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