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자동차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4월 중국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중장기 사업전략을 내놓는다.
친환경차 판매 확대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재진출 등과 함께 중장기 중국사업 전략의 뼈대를 이룰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중국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현대차는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전기차로 반전을 노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전기차 중심으로 그룹의 전략을 대대적으로 손 본 만큼 중국에서도 전략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현지화 전략 강화도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기존 중국공장의 생산 라인을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중국 충칭 5공장에서 전기차를 병행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바꿨는데 다른 현지공장에서도 전기차 중심으로 생산라인 개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중국 친환경차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급차와 가성비 높은 현지기업 차량 사이에 끼여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 지에도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현대차는 중국 내연기관차시장에서 현지 완성차기업와 비교했을 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낮고, 일본 및 독일 완성차기업과 비교했을 땐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환경차시장에서도 기존의 ‘애매한 시장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면 외형 성장이 힘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이 가성비 전략과 고급화 전략을 동시에 펼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가 2021년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현대차와 제네시스로 ‘투 트랙 전략’을 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브랜드에서는 일본 토요타처럼 현지 브랜드보다 앞선 친환경차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고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만큼의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친환경차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해외 기업은 토요타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2곳 뿐이다.
중국 현지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두 회사처럼 현지기업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펴는 해외기업들은 친환경차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친환경차정책이 날로 강화되는 있어 현대차가 서둘러 성과를 내야할 필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신에너지차(NEV) 더블포인트 제도’를 시행하고 중국에서 자동차를 연간 3만 대 이상 생산하는 기업들이 생산량의 10% 이상을 신에너지(전기, 수소, 하이브리드)차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했는데 올해 이 비율이 12%로 확대된다. 이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완성차기업으로부터 포인트를 구매해야 하는데 사실상 벌금을 내야하는 셈이다.
이에 따란 중국의 친환경차시장은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애초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0%를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목표치를 25%로 높여잡았다.
올해 말로 예정된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준비하기에 따라 중국 친환경차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일이 수월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9년 현대차가 중국에 판 친환경차 수는 고작 3822대로 베이징현대 판매량의 0.58%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에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모델과 코나(엔씨노) 전기모델 등 친환경차 2종을 줄줄이 출시했는데도 판매량은 2018년보다 400대가량 느는 데 그쳤다.
더욱이 코나의 전기모델은 지난해 1~10월 세계 전기차 판매순위 9위에 올린 모델임에도 중국에서 유독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중국에 코나EV를 내놓은 뒤 683대 팔았다.
중국 전기차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리서치기업 후지경제의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에는 중국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이 1056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중국에서 전기차는 모두 98만4천 대가량 팔렸는데 이보다 10배 넘게 불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