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총선 뒤를 바라보며 정치세력 구축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치적 브랜드를 키울 수 있을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시선이 엇갈린다.
23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안 전 대표는 눈 앞의 총선에서 승부를 보기보다 총선 뒤 이어질 정계개편에서 실용적 중도와 혁신의 가치를 중심으로 지지세를 끌어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대표가 19일 정계복귀를 선언한 뒤 5일 동안 내놓은 키워드를 보면 ‘총선 불출마’와 ‘실용적 중도정당’ 추진, ‘반문(문재인 정부 반대)’, ‘야권의 혁신경쟁’ 등으로 요약된다.
안 전 대표는 대선주자로 꼽히는데 그의 관심은 총선 뒤 정계개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라는 국지전보다 대선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확보할지를 놓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난 총선 때는 민주당의 호남 의원들이 대거 이동해 마지막에 국민의당 바람이 불었는데 지금은 호남 의원 자체가 나눠져 있고 안 전 의원의 새 정치에 관한 기대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안 전 대표는) 이제 새 정치인이 아니고 구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중도정당 추진에 관한 혹평도 나온다.
안 전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22일 페이스북에서 “안 전 대표의 중도신당은 심산유곡에서 백합꽃을 찾는 것”이라며 “정치는 진흙탕에서 연꽃 하나를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JTBC ‘맞장토론’에서 “진보와 보수진영으로 완전히 갈린 정치지형에서 중도라는 입지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며 “(안 전 대표가 말한) 중도의 입지라는 것에 당위론적으로는 공감을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안 전 대표가 말하는 반문연대를 놓고 비판도 거세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
안철수 전 대표는 지금 모호하고 명료한 게 없다”며 “반문연대하자는 얘기 밖에 없는데 누구를 반대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을 하는 목적이 될 수 있나”고 말했다.
물론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환영하는 측도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의원이 실용적 중도철학이야말로 제가 그동안 숱한 모멸 속에서도 당을 지켜온 가치”라며 “안 전 의원이 앞으로 바른미래당과 함께 한국정치의 새 길을 만드는 데 힘껏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과 한국정치의 대전환’ 긴급토론회에서 “오로지 안 전 대표에게 비판을 넘어 비난만 하는 것은 우리 제3세력의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당 이후)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1차적 책임은 안 전 대표에게 있지만 나머지 우리들도 그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당분간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닐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우선 열심히 만나 뵙고 (바른미래)당 내외 분들도 만나기로 했다”며 “대화를 나누며 하나씩 상황을 파악하고 의논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28일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바른미래당 전체 의원 20명 가운데 17명이 참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