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22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2019년 말 폐쇄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주명부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름이 사라졌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기존에 현대차 지분 2.9%, 현대모비스 지분 2.6%, 기아차 지분 2.1%를 들고 있었는데 이를 모두 팔고 떠났다는 뜻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년 4월 현대차그룹 계열사 3사의 지분을 10억 달러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이 시장 눈높이를 만족하기 어렵다며 반대의사를 밝혔고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무산하는 데 성공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보유지분에 기반해 2019년 1월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보내 본인들이 선정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약 8조3천억 원가량의 배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시장 대응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규모를 생각할 때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여론이 시장에 형성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2019년 3월에 열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주제안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은 지난해 주주총회 패배 이후 현대차그룹과 싸움에서 주도권을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미래사업에 투자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대차그룹을 공격할 명분이 사라져 현대차그룹에서 손을 뗐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9월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총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손을 잡는 등 최근 미래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국내 홍보를 담당해온 홍보대행기업 관계자는 “현재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사실 확인 답변을 요청한 상태”라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식입장을 내면 곧 한국에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주명부는 회사 기밀사항이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을 매각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