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인도네시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부코핀은행이 올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현지에서 KB국민은행의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 허인 KB국민은행장.
현지언론은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부코핀은행의 이름이나 브랜드를 바꿀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7월 부코핀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2%를 취득하면서 2대주주에 올랐다. 인수자금은 1164억 원이다.
보통 금융회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 금융회사 지분을 과반 이상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지난해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KB캐피탈이 해외에서 3개의 금융회사를 인수했는데 모두 경영권도 확보했다.
당시 KB국민은행이 지분을 22%만 확보한 이유는 현지 금융당국에서 외국인의 지분율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려면 현지에서 2개 이상의 금융기관 지분을 사들이거나 금융당국의 예외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외승인은 인도네시아 경제 및 금융 전반에 대한 기여, 해당 은행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경영권 확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최근 KB금융그룹이 동남아지역에서 잇달아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최대의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했다. 7천억 원 규모로 최근 10년 사이 국내 은행이 경영권을 사들인 해외 인수합병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다.
비슷한 시기 KB국민카드도 인도네시아 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FMF) 지분 80%를 950억 원가량에 인수하기로 했다.
KB금융그룹은 동남아지역에서 성장세가 높은 소매금융 위주로 영업을 펼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카드와 은행은 특히 소매금융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현재 지분율 22%로는 KB국민카드와 협업이나 시너지 모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마진’이 보통 5%포인트 안팎으로 한국의 3배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인구 2억7천만 명이 1만7천여 개의 섬에 흩어져 살다 보니 은행 접근성이 떨어져 성인 인구의 계좌보유율도 40% 안팎에 그친다.
KB국민은행이 지분을 매각해 투자 차익을 거두거나 다른 은행을 인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부코핀은행의 규모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데다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은행들 가운데 자산 15위의 중형은행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이 모두 진출해있다.
KB국민은행은 2003년 자산 6위 현지은행 지분을 인수했으나 2008년 지분을 매각했다. 그 뒤 2018년 다시 진출해 다른 은행과 비교해 후발주자다. 당시 매각 차익은 크게 거뒀지만 스스로 지분을 털고 나오면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날렸다는 아쉬움이 뒤따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