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에게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의 불통이 튈까?
검찰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을 놓고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이 사장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8일 법조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 수사와 관련해 김신 전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시작으로 소환조사를 본격화하면서 당시 합병에 기여했던 전문경영인들의 소환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합병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등이 다음 주자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영호 사장도 예상 소환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2011년 말부터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장과 함께 건설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고 2015년에는 삼성물산 모든 사업부문의 최고재무책임자를 겸임하며 합병에 관여했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이끌고 합병 이후에는 실적 안정화 등의 공을 인정받아 2018년 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5년 고의적으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책정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특히 건설부문이 합병 전 주택사업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해외사업 수주 공시를 합병 이후로 늦추는 방식 등을 통해 기업가치 하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는 각 회사의 공시의 최종 책임자인 만큼 삼성물산에서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면 이 사장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사장은 김신 전 사장,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등과 달리 현직인 만큼 검찰수사를 받는 일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계열사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2%를 보유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큰 상징성을 지니는 만큼 현직 대표이사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는 일은 삼성그룹에 부담일 수 있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은 시장과 고객에게 우리의 역량과 경쟁력을 보여주고 새로운 10년의 성장을 약속해야 하는 시기”라며 앞으로 10년을 향한 성장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놓고도 삼성물산이 2015년 합병 당시 주주들에게 약속한 2020년까지 성장 목표를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새로운 약속을 준비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물산은 2015년 합병 당시 시너지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을 내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글로벌 경제환경의 악화로 2020년 현재 당시 약속의 절반 밖에 이르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30조 원대 매출과 8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보다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