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스마트팩토리 구축, 스마트 물류, 스마트 리테일 등 제조와 물류, 유통을 아우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2019년 5월 롯데지주에 전담조직인 ‘DT전략사무국’을 만들어 머리 역할을 하면서 구체적 실행은 롯데정보통신을 통해 차근차근 펼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정보기술연구소에 AI센터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전문센터를 만들어 롯데그룹 각 계열사에 적용할 각종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인도에 롯데그룹의 디지털 전환사업을 위한 글로벌 거점인 ‘롯데R&D센터’도 세웠다. 인도는 IT강국이자 롯데그룹이 신남방지역 진출의 요충지로 꼽고 있는 곳이다.
디지털 전환을 향한 신 회장의 의지가 굳건한 이유는 기술환경과 고객 요구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기존의 사업구조는 디지털 관점에서 재검토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시선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새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지능형 기업’을 향해있다.
‘지능형 기업’이란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사업 전반을 파악하고 데이터 분석 및 자동화 등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 및 운영 효율성 강화, 새 비즈니스모델 구축 등을 달성하는 기업을 뜻한다.
지브라테크놀로지스가 2017년부터 발표하는 ‘지능형 기업 지수(Intelligent Enterprise Index)’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기업 가운데 61%가 지능형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2017년 5%, 2018년 49%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들이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전사적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외 주요 그룹들이 발빠르게 온라인환경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는 동안 롯데그룹은 오너 리스크와 중국 사드보복 등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상대적으로 변화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지난해 신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모두 털어내고 그룹 의사결정체제도 재정비한 만큼 신 회장의 굳건한 의지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은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 행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스마트팩토리, 스마 물류, 스마트리테일 등 전사적 디지털 전환 꾀해
롯데그룹의 지능형 기업 변화는 제조, 물류, 유통 등 세 축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별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스마트리테일’ 등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2019년 8월1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엘리 코헨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이스라엘 첨단기술 기반 기업 및 스타트업 투자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
스마트팩토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개발, 생산량 예측, 제어 등이 가능한 지능화·자동화를 구현하는 솔루션으로 롯데케미칼 등 제조업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과제다.
이를 위해 디지털 안전작업, VR(가상현실) 안전체험 개발 등 스마트팩토리를 만들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으며 공장 유해물질 안전관리에 드론을 활용하는 드론 관제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스마트물류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그리고 로봇 및 설비가 결합된 물류 플랫폼으로 축산물 유통이력 관리와 실시간 물류 데이터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로지스틱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손잡고 물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데 고가 장비 등 물적 인프라에 투자하기 전에 3D로 구현해 사전에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스마트유통은 고객 동선, 상품별 쇼핑시간, 관심 상품 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소비자 관심 상품을 쉽게 파악하고 매대 진열을 바꿔 판매량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롯데그룹의 한축이 유통부문에서 수집하는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계열사들이 공유해 개인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
주요 유통 계열사 7곳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2020년에 정식 출범하는 ‘롯데ON’이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들이 각기 갖춰가고 있는 디지털역량을 결합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내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유통업계가 물류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배송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차세대 택배시스템과 유통계열사의 배송시스템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그룹 차원에서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식품, 유통, 화학 등 모든 계열사가 물류시스템을 일원화하기 위한 ‘물류 BPO(업무처리 아웃소싱)시스템’ 통합작업도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스마트리테일을 바탕으로 그룹 계열사의 온·온프라인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혁신 플랫폼을 꾸려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 의사결정체계 및 조직구성, 인재양성 등도 디지털시대에 발맞춰
신 회장은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일원화된 조직체계를 만들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2019년 9월2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재건축 공사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롯데지주>
‘지능형 기업’이 되기 위해선 IT기술 역량 등 물적 기반도 필요하지만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를 황각규 부회장과 송용덕 부회장 등에게 맡겨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그동안 ‘옥상옥’으로 비판받던 BU장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책임지는 권한자로 만들었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을 전후로 BU장체제를 꾸렸지만 계열사간 ‘칸막이’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로 단절된 업무환경을 깨뜨려 각 계열사 및 사업부문이 얻는 각종 정보가 필요한 곳들로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든 계열사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확대하고 클라우드와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를 만드는 등 그룹 임직원들이 더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8년 상반기부터는 신입사원 공개채용부터 서류전형까지 인공지능(AI)시스템 평가를 도입하는 등 모든 업무에 디지털 기술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1900억 원을 투자해 2021년 재건축이 끝나는 인재육성시설인 오산캠퍼스에 3D 프린터 기술 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메이크 룸’ ‘마인드풀니스(마음 챙김)’ 프로그램, 가상현실(VR) 게임 및 학습을 위한 ‘VR 게임룸’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학습공간을 마련하는 등 인재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디지털 기술 역량 확보 및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실탄’도 두둑히 챙겨뒀다.
신 회장은 2019년에 5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 가운데 IT 관련 투자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롯데리츠의 점포 및 건물 등 자산을 유동화해 확보한 현금도 IT 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롯데는 IT 투자율도 더 높여야 하고 투자 분야도 한정적”이라며 “롯데만의 자산인 빅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 등을 확장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