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왼쪽 위에서부터),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국내 저비용항공사 항공기 사진 취합> |
새해 항공업계가 저비용항공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저비용항공사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가 추가로 취항하면서 공급과잉으로 그 어느때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를 표방한 신규 저비용항공사로 1월말 또는 2월 국토교통부에 항공운항증명(AOC)를 신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항공운항증명 발급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하반기에 인천을 기점으로 취항하게 된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도 3월 취항을 목표로 2019년 10월 국토부에 항공운항증명을 신청해 두고 있다.
이 항공사들이 취항하게 되면 국내는 모두 9개의 저비용항공사가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한국보다 많은 저비용항공사를 보유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 때문에 항공회사가 발달한 미국(인구 3억2천만 명)도 한국과 같은 규모인 9개의 저비용항공사가 운항하고 있다. 중국(인구 14억1천만 명)은 한국보다 적은 6개의 저비용항공사를 확보하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한국이 인구 대비 너무 많은 저비용항공사를 확보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현재 운영되지 않는 저비용항공사를 제외하더라도 인구 1천만 명당 항공사 수가 1.2개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항공자유화로 촉발된 항공사들의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결국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며 “9개의 저비용항공사가 경쟁하게 될 한국도 올해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시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항공자유화에 합의한 것에도 걱정 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항공자유화에 합의했지만 이것이 국적항공사의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외국항공사의 국내 항공시장 진입을 열어줘 경쟁을 심화시킬 여지가 크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외문제인 한일관계 문제도 저비용항공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TV아사히 계열 ANN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의 개선을 바라지만 원칙을 꺾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한일관계 개선에 큰 변화는 없다는 뜻을 내보였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 11월 항공시장동향에 따르면 국내항공사의 일본노선 여객실적은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시행된 후 3개월 연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10월 일본노선 여객실적은 104만6906명을 보이며 2018년 같은 기간보다 40.4% 감소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2019년 10월 국제선 여객 운송량도 일본 노선의 영향을 받아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9.4% 감소했고 탑승률은 80.5%로 같은 기간 0.5% 포인트 하락했다.
실제 저비용항공사들은 2019년 3분기에 일제히 영업손실을 내며 구조조정의 조짐을 보여 왔다.
제주항공은 2019년 3분기 영업손실 173억 원을 냈고 진에어는 영업손실 131억 원을 봤다. 티웨이항공은 같은 기간 영업손실 1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놓았고 에어부산은 영업손실 195억 원을 냈다.
이스타항공은 수백억 원대의 적자에 따른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제주항공과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주식 매매계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을 시작으로 경영이 어려운 저비용항공사 간 합병 바람이 불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업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며 "지금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특가할인을 많이 내놓는 배경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어려운 항공업황 속에서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항공사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델타항공은 세계 저비용항공사들과 조인트벤처(JV)를 진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며 “저비용항공사의 전략적 제휴가 보편화된 현상은 아니지만 항공업황이 워낙 어려운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저비용항공사들이 국내에서만 살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협업할 파트너를 찾고 공동운항 등 공격적 경영전략을 세워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