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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메모리반도체 진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재앙인가

오대석 기자 ods@businesspost.co.kr 2015-08-09 09: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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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메모리반도체 진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재앙인가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2014년 12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 로비에 들어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진출론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중국기업의 반도체 진출 이슈가 나올 때마다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우려도 높다는 반증이다.

중국기업의 반도체 진출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기업의 반도체 진출설은 이미 10년 넘게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메모리반도체에서 지배적 위치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기술력의 우위를 앞세워 세계 D램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오는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진출설은 사정이 달라 보인다.

중국정부는 대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반도체 육성을 계획하고 있다. 더 이상 껍데기만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칭화유니그룹, BOE 등 대형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에 위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는 시도까지 노골화했다.

진대제 삼성전자 전 사장은 2003년 “현재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이동통신 2∼3년, 반도체 6∼8년, 디스플레이 3∼4년 정도지만 2006년 비슷한 수준에 이르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사업에서 중국업체들에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LCD분야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메모리반도체 산업도 스마트폰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산업과 관련해 중국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 시도는 지속적으로 D램 등 반도체 업계에 우려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술격차에 자신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력의 차이를 강조하며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명영 SK하이닉스 재무본부장 전무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얼마나 빨리 어떤 수준의 기술을 갖고 들어올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결국 경쟁우위를 점하는 것은 기술개발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이라며 “그런 것들이 월등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점유율에서 지속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도 “중국정부가 반도체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는 이미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는 기술력이 결정적 차이를 가져 온다.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특히 미세공정이 원가를 절감하고 소비전력을 줄인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중국이 다른 가전처럼 막대한 자본력과 값싼 노동력 등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단숨에 선두업체와 격차를 줄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업체가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따라오려면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증권 전문가들도 중국업체가 단기간에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위협이 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경민 연구원은 “미세공정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중국에서 D램 칩이 생산되는 데만 3년이 걸릴 것”이라며 “국내업체들은 대만 D램업체와 기술격차도 4년 이상 벌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진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재앙인가  
▲ 자오 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왼쪽)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2014년 9월 26일 두 회사의 기술제휴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 중국 반도체 진출 생각보다 빠를 수 있어

그러나 최근 중국이 보여준 행보를 감안하면 이런 기술격차가 생각보다 빨리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기술을 직접 개발해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을 펼쳐 왔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기업인 BOE는 지난 3월 중국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사업부를 신설하고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 발 더 나가 관련 기업 인수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기술력을 한꺼번에 확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술 라이선스도 쉽지 않다면 아예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를 제안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 업체다. 마이크론은 인텔과 협력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에도 성공했다.

만약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을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칭화유니그룹이 제시한 19.3%의 경영권 프리미엄 정도로 마이크론 주주를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이 미국 국방부와 항공우주국을 위한 특수 메모리반도체도 만들고 있어 정치적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칭화유니그룹이나 BOE 등 대형 중국업체들이 인수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힐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칭화유니그룹은 이미 인수를 통해 반도체설계 분야에서 중국 최대업체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스프레드트럼, RDA마이크로 등을 연이어 손에 넣었다.

칭화유니그룹은 그 뒤 인텔에 스프레드트럼과 RDA 지분 20%를 넘기며 기술제휴를 확대하기로 했다.

더욱이 이번 인수 시도로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직접 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해지면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인수가격이 낮을 뿐 아니라 미국의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가 마이크론이 중국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허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진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재앙인가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14년 11월 협력사인 지오엘리먼트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중국 반도체 경쟁력 갖추면 어느 정도 위협일까


중국이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경우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메모리반도체가 다시 과잉 가격경쟁(치킨게임)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이 재현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램 반도체 사업은 그동안 수차례 치킨게임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 강자가 도태되고 새로운 강자가 부상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세계 D램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것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벌어졌던 치킨게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패자인 일본과 독일의 반도체 업체는 감산과 파산을 겪었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인텔과 가격경쟁을 통해 D램 반도체의 주도권을 잡았다. 결국 기존강자인 인텔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중국기업들이 치킨게임을 하지 않고 중국 내부의 수요만 차지해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반도체 업을 지원하는 이유도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중국 전자기기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부품들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업체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기술력 차이를 좁힐 경우 중국 내수시장의 이점에다 중국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시장에 순식간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화웨이 등에게 점유율을 내준 것처럼 중국 반도체업체들이 중국시장의 수요만 차지해도 수출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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